변해야 할 것은 늘 그대로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참 빨리도 변한다
좀 놀아본 한량의 그냥 떠오르는 생각 3
#학교폭력
‘남이 쏜 화살을 나에게 꽂지는 마’ 를 읽고 ...
나의 소소한 글에 관심을 주는 분들의 글을 읽는다.
훑어보다 눈에 띄는 제목의 글 한 두 개를 읽는데,
궁금하기도 하지만, ‘화답하는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저런 과정에서 가난과 편견 등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은 어린 시절을 견뎌내고, 멋스럽게 살고있는 성인들의 글을 우연히 접하기도 한다.
‘남이 쏜 화살을 나에게 꽂지는 마!’
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필자가 겪었을 고통을 멀리서나마 느끼며, 마음 어디에선가 불현듯 저려오는 아픔이 파동을 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많은 성숙한 여인들이 그러하듯, 상처에서 지혜를 얻고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하며, 또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하듯 담담하게 전하는 메시지가 좋았다.
. . .
경우는 무척 다르지만,
나 역시 어렸을 때, 부당한 폭력(?)을 꽤 경험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활발하고 장난기 많고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 비교적 부족한 것 없이 자랐으니, 폭력에 노출된다는 것은 쉽게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눈에 뜨이거나 튀면,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늘 천성적으로(?) 공격적이며 사나운 아이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소위 불리(bully)들은 나를 피해 간 적이 거의 없었다.
‘불리(bully)’는 원래 ‘불우하거나 약한 아이를 왕따 시키고 못살게 구는 폭력적이며 사나운 악동’을 말하는데, 대부분 이런저런 쫄다구들(?)을 거느리며 집단으로 행동하며 비열하다.
학교폭력의 주범들이고, 성인이 되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부류들이다.
하긴 유학 가서 학위를 취득한 놈도 있기는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약한 아이와는 거리가 먼 ‘운동 잘하고 부유층에 속하고 반장도 하는 아이’였는데도,
불리들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순하기만 하신 어머니의 영향인지, 개구쟁이였지만 순둥이였던 나는 천성적으로 싸움을 싫어했고,
덩치 있는 불리들에 비해 키가 작고 유순한 얼굴을 가진 미소 띤 아이였다.
가장 힘센 그룹에 속하는 불리들은, 비록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할지라도, 참 특이할 정도로 공격적이고 사나웠다. 이를테면, 코피가 나면 제 손과 얼굴에 바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돌이며 흉기를 던지고 쥐고 휘둘렀다.
사내자식들이지만, 할퀴고 물어뜯는 것은 기본이다.
혹자는 그들의 부모 형제가 그렇게 하라 조기교육(?) 시킨다고 들었다.
힘이 센 편이고 날랜 순둥이이지만 질리기 마련이다.
일찍 무예를 접했지만, 실전 싸움과 무예는 어느 시점까지는 일치하지 않는다.
정신없이 할퀴듯 손을 날리며, 모래흙을 눈에 뿌려대고, 피를 흘리며 악귀처럼 덤벼드는 초딩들을 보았는가?
오늘 한 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일 또 덤벼들고, 순번을 돌아가며, 지칠 때까지 시비를 걸어온다.
안타까운 것은 선생님을 포함한 일부 어른들은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으로 자기 변명식 합리화하며,
그 폭력들을 묵인한다. (최악은 '싸워야 키가 큰다.'이다)
마음 약한 엄마가 걱정할까 봐, 아이는 집에 가서도 모두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고자질하는 것은 ‘사내답지 못하고 겁쟁이가 하는 짓’으로 배웠다. (참 어이없지만, ... .)
다행히 ‘공부 좀 하고 건강한 순둥이’는 이런 거친 전투들(?)을 거치면서도,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무릎 꿇지 않았고, 점점 효과적으로 더 방어하는 방법을 익혀냈다.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작지만 근력이 뛰어난 순둥이는
‘잡고 꺾어 단시간에 제압하는 기술들’이 부상을 줄이고 불리들을 혼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더 운동했고, 무예를 더 열심히 익히고, 실전에 무예를 적용하면서 몸은 더 날래 졌다.
커갈수록 불리들과의 싸움에는 흉기와 연장들(칼과 송곳 쇠사슬 등)이 동원되었고,
그렇게 청소년기에 필드(야산 골목길 등)에서 많은 전투(?)를 거치며,
생존하기 위해 순둥이의 틀을 깨고 나왔다. (거칠어졌다.)
유소년기에 불리(bully)의 탈을 썼던 쓰레기들을 혼내주고,
그들에게 '뺏기며 얻어맞는 약자들'을 현장에서 구해낼 만큼 강한 청소년이 되어갔다.
지금은 쉽게 얘기하지만,
머리가 찢어지고, 몸에 크고 작은 흉터들을 남긴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더 힘든 것은, 마음의 상처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고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렇게
‘그런 부당한 폭력’에서 살아남은 순둥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순둥이었지만, 다행히도 유전적으로 쉽게 근력을 올리는 체질을 타고났고, 강한 의지와 좋은 부모라는 울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약자들은 그런저런 학교폭력의 먹잇감이 되어, 세상을 등지기도 하거나, 평생의 상처를 치유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학교폭력에 고통받다 결국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엘리베이터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소년의 마지막 CCTV 사진을 보고, ...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ㅠㅜ
“변해야 할 것은 늘 그대로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참 빨리도 변한다.”
그 문장이 가슴에 깊게 남는다.
좀 더 좋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