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넘치는 영감은 어떻게든 되겠지요.
오늘 나의 글이 책으로 묶이든
아스라이 사라져 기억에서조차
잊히든 나는 상관치 않겠어요.
과거도 미래도 없고
지금 여기뿐이라면
이 순간에 전념한 나의 기록은
가장 선명히 아로새겨져
아까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지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흐린 상태로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다 못 적고
그럴듯하게 공개하지 못했더라도
괜찮아요.
그러나 비가 오면 또 어떤가요.
우산 속에서 속삭이는 빗소리를 들어야죠.
아침에 우산을 두고 간 아이를 위해
함께 쓸 큰 우산을 들고 나왔답니다.
벅찬 영감이여.
그만,
쉼 속에서 고개 드는 심술이
걸음을 자꾸 멈추게 하네요.
하지만
이제 산책을 나설 시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