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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맘 May 08. 2022

아이의 네 돌을 앞두고

해피 마더스 데이

다음 주면 아이가 4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그리고 드디어 주 4일 아침마다 엄마에게 바이 바이 인사를 하고 유치원을 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만세! 아니, 호주 만세! 꼬박 4년 아이와 함께한 나의 해외 독박 육아가 드디어 끝을 보았다. 미치기 일보 직전에. 아니, 살짝 미친 무렵.


미운 네 살 아이는 눈 뜨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하고 티브이를 보겠다며 떼를 쓴다. 그리고 제 소원대로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티브이를 본다. 엄마는 그냥 져주고 만다. 아침부터 아이와 전쟁을 하다간 점심 도시락을 싸고 나갈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까. 신발을 신지 않겠다고 괜히 심통을 부리는 아이를 카시트에 던져 넣고 벨트로 꽁꽁 묶는다. 자, 이제 출발! 고속도로를 타고 40km 남짓, 출근시간이라 교통체증까지 겹쳐 한 시간이 되는 거리이다. 아직도 초보 운전이라 시동을 걸면서 크게 심호흡을 한다.


한국에서 장롱 면허를 가지고 와서 이렇게라도 여기서 운전을 하게 된 것은 다 아이 덕분이다. 지지난해 락다운 때문에 생필품 이외에 다른 쇼핑은 금지되었던 시기, 누군가 페이스북에 아이들 DVD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해서 처음으로 혼자서 운전대를 잡았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만 보던 때, 그 DVD는 생필품이 아니라 생명의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조건 직진 그 집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는데, 물건을 픽업하고 나서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하나 그제야 정신이 들며 눈앞에 깜깜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외출제한이 있었던 락다운 시기에 운전을 시작한 덕분에 비교적 한산한 도로에서 연수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운전하게 되었어요!) 락다운이 풀린 후에도 아이 덕분에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매일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건 도로 연수를 했다. 아이와 함께 동물원도 가고 바다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키즈카페도 가고. 아이와 함께 접촉 사고도 내고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타이어 펑크도 나고 구덩이에도 빠지고. 그 모든 시련과 고행을 함께 해준 아이 덕분에 뚜벅이 엄마는 이제 새로운 기동력을 탑재하게 되었다.






주차를 하면서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툭 하고 앞에 있는 기둥을 받았다. 아침부터 정신이 번쩍 든다. 자, 이제 아이와 바이 바이 작별의 인사를 할 시간은 개뿔, 신이 난 아이는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유치원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돌 때에도 낯가림이 별로 없던 아이는 지금은 밖에서 보이는 사람마다 말을 걸 만큼 친화력과 사교성이 좋다. 내가 그런 아이를 데리고 지난 2년 락다운을 겪으면서, 4년이나 혼자서 애를 본 것이 괜스레 억울하고 분통이 난다. 그래도 유치원 앞에서 울고불고 아이와 눈물의 작별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 이제 나도 드디어 엄마를 좀 벗어던지고 나의 길을 가볼까?


다시 공부를 한다. 비록 체류용 비자가 가장  목적인 학업이긴 하지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새로운 자극과 설렘을 준다. 20대의 파릇파릇한 청춘들과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으며, "엄마! 엄마! 엄마!" 아이의 방해 없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있는 시간이  평화롭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선택한 코스는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5세까지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과정을 배운다. 물론 엄마와 보육교사의 역할과 책임은 다르지만, 매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는 육아를 학교에서 다시 이론으로 배우는 셈이다. 실전보다는 이론이 육아보다는 공부가 훨씬 쉬운 것 같다.


오늘 한국은 어버이날이자, 호주는 Mother's Day. 이제 곧 네 돌이 되는 아이가 정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유치원에서 엄마 선물을 만들어 왔다. I deserve it! 엄마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지난 4년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그 행복만큼 너무 고되고 힘들었기에, 이제 시즌2 엄마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오늘 엄마의 날을 스스로 축하해본다.  




 


# 글을 안 쓴 지 240일이 지났다고, 지난달 브런치에서 경고 알람을 받았어요. ^_^;;;

육아와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렸는데, 아이의 네 돌을 앞두고 우리의 변화를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저희의 안부가 궁금했던 독자님이 계셨다면, 또 죄송하고 이렇게라도 생존(?) 소식을 전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사람 하나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해보기 전엔 몰랐다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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