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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푸의 여행 Sep 27. 2018

동화처럼 살아요2

완숙


처음 맛본 아로니아는 쓰고 떫고 시었다.

몸에 좋다더니 역시 가루약을 씹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 열매의 강한 맛을 군대생활까지 떠올려가며 씹어 삼켰다. 쓰면 뱃어야하는 법을 모른다. 미련스러운건 칭찬이고 사실 바보스럽다.

올 여름 급성장염으로 두번이나 입원한 것이 증거다.


그런데 오늘, 수확이 끝난 아로니아 나무에 미처 따지 못한 열매가 있어 따먹었더니, 아! 달다. 과수원집 아들로 35년을 살았는데, 그 당연하걸 아무생각 없이 지금까지 '아로니아는 쓰다'고만 생각했다. 거의 대부분, 과육은 완숙되면 당도가 높아진다. 수확을 빨리하는 이유는 매물이 적을때 빨리 시장에 내어 이익을 높이고 수확시에도 과육의 상처가 적고 수확량이 대체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초여름 파란사과라며 익지도 않은 아오리와 당연히 초록색인줄아는 매실를 파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렵게 농사짓는 농부를 생각하면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보면 세상이 그렇다. 당장 내게 이득이 없거나, 이해가 안되면 일단 반대다. 긴 시간을 두면 돌아돌아 내게 큰 이득인 일이 많은데 근시안적 시야로 일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여유가 없는 세상을 살아서 일까?

좀더 완숙하고 나면 판단을 하기에도 좋고 실수도 없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오늘도 글을 완숙하지 않고 올릴 것 같다. 오타도 많고 글의 앞뒤도 안맞아 몇번을 읽고 고쳐야 하는데 말이다.

긴 시간 완숙을 하고 글을 올리면 시간이 지나 아무도 찾지 않는 글이 되어 섭섭해지기 때문이다. 익지 않은 파란사과를 파는 사람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완숙하면 유통이 어려워지고 시장에 뒤처지게 된다.

그래서 미성숙의 과일이, 불완전한 가치가 세상에 유통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이 생명을 유지해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완숙은 사라짐, 끝남을 앞둔 단계이다. 모든 가치와 문화, 습관, 조직, 종교, 이념들이 언제나 완전하지 않아 역사는 흐르고 생이 존재하는 70점짜리 인류가 이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남은 불완전한 30점이 충돌하여 또 일거리를 만들어 시간을 벌어 주고 있다.

채울수 없는 뭔가, 도달할수 없는 뭔가를 향한 끝없는 도전의 반복,

우린 구멍난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사람이 되어 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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