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남해 돌 문화와 고대의 돌 문화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미술전시 기획을 시작하였다.
남해는 석공이 많다. 묘지를 정성스럽게 조성하는 문화가 있어서 일거리가 많았다. 섬이던 시절에는 부족한 시멘트와 철근을 대신할 건축자재는 자연석이었기에 돌을 이용해 학교, 돌창고와 같은 양곡과 비료를 저장하는 창고를 건축하였다. 남해섬에 다리가 놓이고 건축자재가 풍부해지면서 점차 자연석을 이용해 건축을 하는 일은 줄어갔고 2000년대 이후로는 평장 묘 정책과 화장 후 납골당에 모시는 장례문화가 퍼지면서 석공들의 일거리는 줄어만 갔다. 그래도 현재 남해군에는 가나스톤, 보승석재, 예술석재, 해양석재, 믿음석재, 남해석재, 우송석재, 망운석재, 남산석재 총 9개의 석재상이 있으며 1~2명의 석공이 일하고 있다. 현재 남해의 돌문화는 이들 석재상 석공들의 작업과 활동이다. 이들에게 '돌의 부드러움'이라는 주제로 석물을 의뢰해서 받는다.
남해 앵강만 바닷가와 남면 홍현 바닷가에는 바닷물에 석축을 쌓아 조수 간만의 차로 고기를 가두어 잡는 석방렴이 복원되어 있다. 다랑논의 미적 가치는 휘어 돌아가는 석축도 한 몫한다.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찾아가는 섬이정원도 다랑논에 남해식 정원을 가꾸었고 그곳의 초입에 있는 농민이 쌓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높은 다랑논 석축이 있다. 임진성, 대곡산성 또한 남해의 대표적인 과거 돌문화의 흔적이다.
이런 돌에 모티브를 받아 건축가는 앵강만에 앵강봉이라는 남해식 전망대를 만들고 있다. 아울러 남해 상주 양아리에는 암각화가 있으며 암각화를 회화의 소재로 그리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다. 그가 작년에 남해 양아리 암각화를 탁본해 갔으며 그 그림을 포함하여 전시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암각화를 추상화로 발전시킨 그의 작품은 남해의 고대 돌문화를 보여주기에 그의 그림을 받는다.
남해 석공 7명의 석물 작품과 암각화 추상화가의 작품 그리고 나무로 부드러운 돌을 만드는 조각가의 작품을 모아 '돌의 부드러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돌창고 내부와 통로에 연출하여 고대의 돌과 현재의 돌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