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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Mar 26. 2023

옆모습을 본다는 것은

우리가 사랑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모습은 바로 무엇일까요. 정면? 아니면 뒷모습? 어쩌면 옆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옆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함께 나란히 걷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사랑을 할 때에 상대방의 웃고 있는 입꼬리와 살며시 반달이 되는 눈, 도톰한 입술도 좋지만 저는 묘하게 옆모습을 볼 때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서로의 보폭은 다들 달라요. 그래서 손을 잡지 않으면 나란히 걷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상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기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혹은 함께 누워 연인이 잠들기 전 바라보게 되는 그 고단한 옆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지친 심신을 가만히 감은 두 눈 위에 얹어놓고 그 고요한 밤에 나란히 누워 고단함을 달래는 모습 말이에요. 연인의 지쳤던 하루가 내 옆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속눈썹을 바라볼 때면 저는 덮고 있던 이불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운전을 할 때에도 말이죠. 앞차의 불빛에 반짝거리는 두 눈동자와 집중하느라 앙다문 입술, 어쩌다 마주치는 눈길에 잠시 한눈을 파는 건 제가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치는 건 이상하게 참 부끄러운 일이거든요. 그러니 저는 그 사람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우리가 이 시간 나란히 있음에 잠시 감사하곤 합니다. 그게 어릴 적 다니던 성당의 하느님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 나를 스쳐 지나간 시간이 될 수도 있고요. 정확하게는 내 옆의 그 사람일 겁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의 앞에 서는 것보다 그 사람의 옆모습을 바라볼 때 더 많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일도 이렇게 같이 보내면 좋겠다, 늙어서 이렇게 나란히 걸으면 좋겠다라던가 말이죠.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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