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자리가 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물고기자리의 B형, 그리고 외동딸.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그 때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혈액형과 형제관계는 성공했지만 별자리에서만큼은 완전히 실패했다.
2월생의 대부분은 물고기자리다. ‘빠른’년생이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물고기자리라 함은 1월, 한 해의 시작도 아니고 3월, 한 학기의 시작도 아니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완결되지 않은 미완의 무언가. 온전하지 않은, 조금 설 익은 무언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영원히 그리워할수 있을것만 같은 별자리. 물고기자리인 사람들은 아름답다. 항상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것 같다. 지금 여기에는 없는 향수를 간직한듯한 사람들. 나로서는 가질 수 없어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름도 바꿨지만 생일은 도저히 바꿀수가 없다.
격동의 혁명일인 4월 19일에 태어난 나는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생일이 그래서인지 억울하다. 왠지 한번에 딱 파악 가능한 인간 같아서. 어쩐지 생일이 있는 4월달은 내내 우울하다. 태어나진것에 대한 의문, 고생하며 낳아진 만큼 가치 있는 인간인가에 대한 고민. 생일은 참 난감하다. 이런 질문들 때문에 축하받는게 너무나도 부끄럽다. 과연 축하할만한 날인가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한다. 우울한 시기에는 축하받는게 스트레스일때도 있다. 그런데 또 아무 축하도 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서럽다. 그래 축하 받을 존재도 못되는거지, 라며 자책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축하해 준 마음들마저 구겨버린다. 이 모든것들이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 4.19 때문이다. 차라리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간다면 후련할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 과연 까먹은걸까? 이다지도 강한 인상 깊은 날을? 의심하고 포기하고 후회했다가 생일 축하에 미련을 두는게 너무 후져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도 뒤늦게 울리는 생일 축하 알람에 쑥스러워하며 진심으로 미소짓는 나를 보면 하필 4월 19일에 낳은 엄마와 병원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더욱 물고기자리가 부럽다. 2월엔 아무 기념일도 없다. 그저 1년 중 가장 짧은 달, 그래서 스윽 지나가버리는 달. 어쩌면 생일도 스윽 하고 지나가버려서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축하해주지 않을까? 머릿속에 꼭꼭 담아두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담긴 축하 말이다. 양자리에다 4.19 혁명일에 태어난 나는 너무 억울하다. 한번 더 생각해야 하고 당장 생각이 안나 뭐였더라 하며 계속 좇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는데 앞으로도 영 틀려먹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