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그 자체가 이름이 된 덕분에 안그래도 여러개인 이름이 수시로 더 생겨났다. 별, 한글로 말하긴 좋은 이름이지만 외국인들에겐 매우 어려운 이름 되겠다. Byul. 첫 배낭 여행 이후 단 한명도 제대로 읽는 외국인을 못봤기때문이다. 비율, 비유르, 쁄, 비욜... 엉망진창인 발음으로 불리느니 차라리 영어 이름을 만들기로 했다. 태어나 처음 가 본 외국이 인도였기에 인도 사람들에게 당신들 말로 star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tara’라고 쓰고 ‘따라’ 라고 읽는 이름을 알려줬다. 그때부터 인도를 여행하는 다섯달 동안 내 이름은 따라였다. 서양 사람들에게도 별이나 star가 아닌 따라 라고 소개했다. “원래 내 이름은 다른거지만 이게 훨씬 부르기 편하니까 인도 닉네임으로 알려줄게” 하면 가끔 도전 의식이 강한 친구들은 “원래 이름이 뭔데? 아마 난 할 수 있을걸?” 이러면서 비율 비욜 삐율? 이러더니 오케이, 따라 라고 전부 다 포기했다.
희한하게 인도사람들은 이름을 물어볼 때 “What is your ‘good’ name?” 이라며 아버지 이름도 꼭 물어보고, 아무튼 이름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거 같았다. 그때마다 나는 힌디로 “메라 남 따라지” (내 이름은 Miss 따라입니다) 라고 대답했고 그걸 들은 인도 사람들은 자지러지듯 좋아했다. 어떤 사람은 힌디로 따라를 써주었고, 또 어떤 사람은 따라가 들어가는 인도 최신 유행곡을 불러줬다. 내가 그냥 Miss Park 이라고 얘기했다면 전혀 겪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다른 나라를 갈 때 인삿말과 고맙습니다를 배운 다음에는 언제나 “너네 나라 말로 star가 뭐야?” 라고 물어봤다. 태국에선 다오Dao 였고 발리에서는 빈땅Bintang 이었다. 스페인 친구들은 에스텔야 라고, 프랑스는 에뚜왈, 독일 친구는 쉬텐 이라고 불렀다. 모두 다 내 이름이다. 친구들이 나를 각자 나라의 말로 불러줬을때 그들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내 이름이 박별이라 느낄수 있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름을 바꾸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