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l 07. 2020
술을 안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릴 수 있다고?
이상하고 신기한 질병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십여 년 전 한 유명 연예인이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역으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음주운전을 하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기사를 하나 가져왔다.
찬찬히 읽어보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864516&code=61131511&cp=nv
미국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남성이 조사 결과 몸에서 자체적으로 알코올을 생산하는 희소 질환 환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남성 A씨(당시 42세)의 사례를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음주 단속에 걸렸지만 음주 측정을 거부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혈액 분석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법적 최고 기준치의 2.5배에 이르는 0.2%로 측정됐다. 이는 한 시간에 10잔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수치다. 하지만 A씨는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혐의를 한사코 부인했다.
3년 뒤 뉴욕 리치먼드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A씨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A씨의 소화기관에서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yeast)가 발견된 것이다. 그의 몸은 맥주 양조장처럼 알코올을 자체 생산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영국 의학저널 ‘BMJ 오픈 소화기병학(BMJ Open 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A씨는 소화기관 발효 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자동 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ABS)이라는 희소 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 질환은 효소가 몸 안에 들어온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질환으로 주로 위와 소장의 앞부분에서 일어난다.
연구를 이끈 앨라배마 대학 수석 전공의 파하드 말릭은 “이런 환자들은 냄새, 호흡, 나른함, 걸음걸이 변화 등에서 술을 마셨을 때와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사람같이 보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환자들은 항균제로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11년 손가락 상처로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이때부터 우울증, 기억상실, 나른함을 겪으며 때때로 공격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항생제가 그의 소화기관 내 미생물 군집을 바꾸고 효모 번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소화기관에서는 주로 맥주 양조나 빵을 발효할 때 쓰는 사카로마이세스세레비지애라는 효모균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A씨에게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단을 권유해 질환을 해결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항균 요법과 유산균 등 활생균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 균형을 맞추면서 그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희소 질환인 자동 양조 증후군은 1970년대 일본에서 20~30건의 사례가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이후 10년 뒤에 첫 사례가 보고됐으며 최근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 북부에서 한 여성이 음주 단속으로 적발됐으나 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요약
음주단속에 걸린 남성.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
대학 병원 연구진이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함!
소화기계 속에 효모(yeast)가 살고 있어 알콜을 만들었던 것.
이를 '자가 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이라고 한다.
혹은 '장 발효 증후군(gut fermentation syndrome)'이라고 한다.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 균형을 맞추면서 정상으로 돌아옴.
효모는 균류에 속하는 미생물이다.
건조 효모아마 식도락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많이 익숙하실 이름이다.
혹은... 탈모에 효과적인 보조제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빵을 만들때도 사용하고, 맥주를 만들때도 효모를 사용한다.
가루 형태로 판매되는 효모의 정체는 바로 균류이다.
곰팡이, 버섯과 같은 분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양식 전통주에서는 주로 '누룩'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곰팡이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다른 누룩을 갖고 있어, 집집마다 술의 맛과 향이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이 자연적으로 알콜을 얻는 방식은 '발효'이다.
그리고 발효를 일으키는 주인공은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는 거의 세균이다.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보다 많다.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자세한 내용은 천종식 교수님의 브런치에 잘 설명되어있으니,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https://brunch.co.kr/@jongsikchun/1
우리 몸에는 세균을 비롯한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들이 체내에서 술(에탄올)을 만들어, 술을 마시지 않은 이 남자를 술에 취하게 만든 것이다.
자가 양조 증후군
개요
'자가 양조 증후군'은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기에 보고된 증례도 적을 뿐더러, 질환 특성상 실제로 '자가 양조 증후군'이 있더라도 진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사람의 장내에서도 어느정도 에탄올 생성은 일어난다.
그러나 만취 상태를 유지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또한 술은 일상적으로 접하기 쉬운 기호식품이다.
환자는 원하든 원치않든 거짓말을 달고 사는 존재이다.
"제가 술을 거의 안마시는데, 항상 술에 취해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환자를 본다면, 자가 양조 증후군보다는 실제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나 식사/수면상태 등 기초 컨디션을 저하할 수 있는 상태 혹은 정신과적 질환을 먼저 의심해볼 것 같다.
병리
자가 양조 증후군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효모와 칸디다균이다.
칸디다는 질염으로 유명한 병원균인데, 효모와 마찬가지로 곰팡이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세균 중에서도 폐렴균, 장내구균 등이 양조증후군을 일으키는 경우가 보고된 바 있다.
효모 : Saccharomyces cerevisiae, S. boulardii 등
칸디다 : C. glabrata, C. albicans, C. kefyr, and C. parapsilosis 등
박테리아 : Klebsiella pneumonia, Enterococcus faecium 등
SIBO(소장 미생물 과증식)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SIBO는 위장의 저산증과 관련이 높습니다. 제산제 복용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인구학적 특성은 보이지 않는데,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원인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데히드 탈수소 효소와 관련된 유전학적 특성이 관련있을 수 있으나, 자가 양조 증후군과의 관련성은 특별히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 발효과정에서는 당분이 필요하므로 환자에게는 당을 끊는 식이조절이 필요합니다. 환자 중 고당질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내 곰팡이가 많은 경우, 단 음식을 많이 당기게 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
술을 마시지 않고도 면허취소를 받을 만한 자가 양조 증후군 환자는 내 임상 평생에서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지방간이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19877&cid=51004&categoryId=51004지방이 간에 붙으면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술을 마셔야만 지방간이 생긴다고 생각했으나, 비만 인구가 늘어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의 보건학적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자동양조증후군과 연관지어 생각나는 모델이 하나 있다.
대장균과 NASH의 관계이다.
https://microbiome.chunlab.com/wiki/characterization-of-gut-microbiomes-in-nonalcoholic-steatohepatitis-nash-patients-a-connection-between-endogenous-alcohol-and-nash_2013/
정리하자면...
대장균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대장균이 과증식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진다.
음주를 하지 않아도 꾸준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유지되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자가 양조 증후군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아래 문장이다.
A씨는 2011년 손가락 상처로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이때부터 우울증, 기억상실, 나른함을 겪으며 때때로 공격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자가 양조 증후군은 일상생활에서 볼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장내 미생물의 문제로 신경정신학적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우울증, 자폐증,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 관련 질환과 장의 관계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더 찾아봐도 좋겠다.
http://scienceon.hani.co.kr/531036
기타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