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인데, '냄새'가 매우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아래의 인터뷰를 읽기전에 꼭 영화를 먼저 보시길 바란다.)
봉준호/감독 :
"냄새...사실 지금 저나 이렇게 손 사장님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 사실 보통 밀접하지 않고서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움직이는 동선을 보면 사실 많이 안 겹쳐요. 가는 식당도 다르고 비행기고 타고 예를 들어 퍼스트클래스와 이코노미클래스가 있고 항상 공간적으로 나누어지죠. 그런데 이 영화는 되게 특수한 것이 이제 주인공 아들이 이제 최우식 씨가 과외선생으로 처음 부잣집에 들어가지만, 그런 식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되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하는 그런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냄새라는 어떤 새로운 영화적 장치가 스토리에 아주 큰 기능을 할 수밖에 없고 또 이것이 냄새라는 것이 사실 사람의 그 당시의 상황이나 형편이나 처지가 드러나잖아요.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면 몸에서 땀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지켜야 할 우리의 어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잖아요. 그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붕괴되는 어떤 순간 같은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되게 민감한 지점이 있습니다."
- JTBC 인터뷰 중 발췌
봉준호 감독이 캐치한 바와 같이, 냄새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다른 사람에게 '냄새가 난다'는 표현은 언어적이든, 그렇지 않든 어느 문화권에서든지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악취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악취'는 해로운 자극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혐오하는 감각들은 생물이 본능적으로 피해야 하는 자극이다.
유해자극을 받았을 때 느끼는 통증이 그렇고,
식물이 만드는 각종 독성 물질의 맛을 쓰게 느끼는 것이 그렇다.
대표적인 악취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맡을 수 있는데, 바로 부패의 냄새이다.
미생물들의 대사산물 역시 우리 몸에서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후각, 즉 냄새를 통해 일차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몸에서 생선비린내가 나지 않는 이유는 TMA가 그대로 배출되지 않고, 효소에 의해 트리메틸아민-N-Oxide, TMAO라는 냄새가 나지 않는 물질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MA가 잘 처리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생선냄새 증후군.
질병관리본부 건강정보.
생선냄새 증후군이라고 알려진 이 질환은 TMA를 TAMO로 변환시키는 FMO3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유전적 문제이므로 해결도 쉽지 않다.
생선냄새 증후군보다는 트리메틸아민 뇨증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트리메틸아민이 소변 뿐 아니라 땀, 타액 등에서도 분비되기 때문에 사실상 하루종일 냄새가 난다고 봐야한다. 이 질환은 수명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깊지 않으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의료비 지원이 되지 않는데, 이 질환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라고 할 게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상병은 E888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질환이라고 보면 되는데, FMO의 생성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