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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현 May 13. 2019

왜 "살찌는 체질"인가

"살찌는 체질"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나는 한의사이다. 우선 내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었고, 또 현재는 어떤 한의사가 되었는지를 말해보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이번 "살찌는 체질"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의사가 "개원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 한의원을 차린 한의사를 우리끼리는 "개원의", "로컬 한의사" 등으로 부른다.)


경영자로서 뛰어난 한의사가 되는 방법

치료 실력이 뛰어난 한의사가 되는 방법


그리고 한의원도 두 종류로 나누어서 볼 수 있다.


특정 질환만을 진료하는 특화 한의원

대부분의 질환을 1차적으로 진료하는 동네 한의원





나는 졸업 이후로 줄곧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다.


오해를 막기 위해 이야기하자면, 경영자로서 뛰어난 한의사들도 치료를 잘해야 한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 중 하나가 '상품(product)'이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상품가치가 있는 정도의 적당한 실력이 아니라, 나를 찾는 모든 사람을 고쳐줄 수 있는 특출난 실력을 원해왔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손쉽고 간편한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피부가 가려울 때, 한 번 긁어서 해결한다면 긁어내면 된다. 아니면 깨끗이 씻거나 보습제를 발라서 가려움이 덜해진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피부과를 찾아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는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로 해결이 되지 않거나, 그때뿐이라면? 그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는 선구안이 좋은 한의사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은 손쉽게 해결하는 것. 쉽게 해결되지 않는 영역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그리고 치료방법의 경계선을 잘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의 조건이다.


나는 항상 "치료를 잘하는 동네 한의원 원장"이 되고 싶었다. "동네 한의원"은 일차의료기관이다. 일차의료기관의 특징은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동네 한의원 진료를 잘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고 성향에도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상업적 병원의 대표격인 다이어트 프랜차이즈 한의원을 하게 되었다. 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다 놀랐다. 사실 나도 놀랐다. 내가 이런 한의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아무튼 내가 '동네 한의원'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은 빈틈을 채우는 일이다. 우리가 빈틈없이 진료받는다고 생각하는 '의료'는 의외로 전공자의 눈으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살얼음판이다. 다이어트도 그렇다.


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해결책이고 손쉽게 내놓을 수 있는 해결방안이다. 그러나 "덜 먹게 만들고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분명한 빈틈이 있었다. 단순히 의지의 부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혹은 사진을 받고 운동을 억지로 시켜가며 '스토킹'에 가까운 생활관리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저는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이에요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일컬어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했다. 실제로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들이 남들보다 살이 더 잘 찌고, 잘 빠지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체질'이라는 한의학적 용어에 꽂힌 것이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식사'와 '운동'을 같은 조건으로 진행했을 때도 사람이 살이 찌게 하는 요인에 대해 생각하고 조사했다. 살찌는 체질을 규정하자면 결국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을 배제하고 남는 그 무언가이다.


환경적인 요인을 배제하고도 살이 잘 찐다면 '체질'이다.


첫 번째 요인은 '유전자'이다. 타고난 유전자는 식욕을 늘리기도 하며, 지방을 더 잘 쌓이게 만드는가 하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거나 당뇨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한다.


두 번째 요인은 '장내 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소화기관의 외주업체'이다. 미생물들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각종 영양소들은 소화시키거나, 사람에게 해로운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세균들의 종류나 다양성에 따라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요인은 '한의학적 병인들'이다. 병인이란 '병의 원인'을 의미하는 한의학 용어이다. 나는 최대한 생활변화 없이 살을 빼는 것을 목표로 진료해왔다. 짧은 세월일 수도 있지만 살이 잘 빠지다가 살이 빠지지 않을 때, 다양한 처방 구조를 사용해보았다.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살이 빠지지 않더라도 몸은 좋아지는 방향으로 처방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얻은 "살이 잘 안 빠지는 한의학적 병인들"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중의학적 대사질환 동향, 그리고 한방 비만학회 등에서 연구되는 치료방향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제법 긴 여정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여정의 끝에서 "나는 왜 남들보다 살이 많이 찌는지"가 궁금하셨던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속 시원한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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