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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현 Nov 29. 2019

뚱보균은 실재하는가?

비만과 마이크로바이옴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상당수의 감염성 질환이 자취를 감추었다.


우연히 세균을 배양하는 배양지에 푸른곰팡이가 자라나고, 그 주변으로는 세균이 자라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그는 푸른곰팡이에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의 존재를 발견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0189456

세균은 오랜 기간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취급받아왔다. 세균을 없애는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감염자 사망률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특히 중증외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전쟁에서 그 빛을 톡톡히 발했다.


비로소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생가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규명되는-위생가설-매커니즘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주위 환경이 위생적이고 청결할수록, 신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 면역성을 유발하는 항원들에게 노출이 되지 못해 면역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위생가설’은 영국 런던 대학교 임상미생물센터 교수인 ‘그레이엄 루크(Graham Luke)’ 박사가 내세운 이론이었는데 이 이론을 기반으로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미첼 그레이슨(Michelle Grayson)’ 박사는 위생가설이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천식환자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위생가설이란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각종 세균에 노출되지 못한 사람의 면역체계 기능이 떨어진다는 가설이다. 아직 분명하게 증명이 된 이론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갖춰가고 있다.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위생가설에 대해서는 이 책과 다큐가 도움이 될 것이다.




위생가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은 인간과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대표적인 '공생관계'이다.

우리 몸의 세균은 총 38조 마리 정도가 있으며 무게는 200g 정도가 나간다.

사람 몸의 세포수가 30조 개 정도 된다고 하니, 사람을 이루는 세포보다도 개체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세균이 대체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해주길래 대가도 없이 내 몸을 차지하고 있단 말인가?

오히려 세균이 살고 있으면 더러운 것 아닌가? 그 세균들이 내 몸을 망치지는 않을까?


생명체는 세균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우리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외주로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굳이 미생물을 배척할 이유가 있었을까?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근현대의 과학자들이 조물주였다면 그런 비효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을 했을 테고, 각종 물질대사에서 세균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을 것이다. 특정 생물체에 거주하는 세균들은 장기(organ)의 일종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이러한 특성이 잘 나타나는 것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차이다.

풀만 먹어도 덩치가 큰 초식동물들은 장내 미생물의 조성이 다르다. 그리고 장이 길어 식물의 세포벽을 녹이고 섬유질을 충분히 에너지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



뚱보균은 실재하는가?


뚱보균과 날씬균이라니.. 이름 하나는 참 잘 지은 것 같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firmicutes라고 불리는 후간균은 뚱보균, bacteroidetes라고 불리는 의간균은 날씬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게 무슨 황금알 소리냐 싶지만, 놀랍게도 실험적으로는 그랬다.


살 찐 사람의 장내세균을 무균처리된 쥐에게 옮기면 살이 찌고, 마른 사람의 장내세균을 무균처리된 쥐에게 옮기면 날씬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내세균은 대변에서 채취하며, 쥐에게 옮길때는 변을 먹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마른 사람과 비만한 사람의 세균을 분석해보니, firmicutes균과 bacteroidetes균의 비율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장내미생물 붐의 시작이었다.


아하!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장내 세균때문이었구나!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가설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 firmicutes / bacteroidetes라는 것은 "문"이다.

계문강목과속종...할 때의 그 문이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23101&cid=47316&categoryId=47316


즉, 피르미쿠테스 문의 세균과 박테로이데테스 문의 세균이라는 말이다.

미생물은 변이와 번식이 빠른 특성이 있는데, 문으로 나눠서 분류하기에는 너무 거시적인 감이 있다.



뚱보균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듯이 특정 나쁜놈의 세균이 나를 살찌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항생제 신화, 청결 신화에 사로잡혀있는 사람들은 뚱보균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뚱보균을 제균치료하는 것을 비만치료의 방법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firmicutes 또한 유해균이라기보다는 장내미생물 사회의 구성원이다.


중요한 것은 세균이 어떤 사회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상호작용하는 미생물들을 통틀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조금 생소한 단어이다. biome이란 생물군계를 이야기한다. 좁게 이야기하자면 다른 개념이지만 조금 넓게 이해하자면 생태계라고 봐도 되겠다. 생물 군계에 대한 설명은 아래 위키백과를 보면 잘 나타나있다.


(미생물 생태계를 표현할 다른 좋은 우리 말이 없으니, 일단은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표기하겠다.)


https://ko.wikipedia.org/wiki/생물_군계


즉, 특정 미생물이 아니라 우리 장 내의 세균덩어리가 어떤 조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는 현재 생리의학분야에서 굉장히 핫한 분야이며 매년 수천개의 논문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질환이나 비만에 그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자가면역질환이나 뇌질환, 자폐증, 정동장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유전자와 달리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생리현상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연구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뚱보균'과 '비만유발 마이크로바이옴'은 뉘앙스가 다르다.



특정 균이 문제가 아니라 세균이 이루는 생태계 자체가 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것이 정확한 문장이겠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기술의 발달이 한 몫 하였다.

PCR - polymerase chain reaction

과거에는 미생물을 관찰할 때, PCR방식으로 유전자를 증폭하여 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관찰하고자 하는 균을 다수 배양하는데에는 유리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조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림을 보는데 마우스 커서가 올라간 곳의 색상(RGB 값)만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조건이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 많이 쓰인 그림인지, 푸른 색이 많이 쓰인 그림인지를 추측하는 것이다.



유전자 시퀀싱은 바코드 찍는 것과 유사하다.

최근에는 유전자 시퀀싱기술을 통해 분석을 한다.


바코드와 비슷하다.

특정 염기서열이 연속해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전체 유전자를 시퀀싱할수도 있지만, 상당히 고비용이기 때문에, 지표 유전자를 시퀀싱하는 방식을 많이 택한다.


유전자 관련 기술의 발달로 우리 몸 속의 장내 미생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 더더욱 성장하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TMI가 심했던 것 같다.

진료실에 혼자 앉아있다보면 외롭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관련업계 종사자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비전공자, 그리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①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우선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갖고 있으며

유해균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각 세균 사이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②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식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을 먹느냐가 어떤 세균을 가지느냐를 결정한다.


세균을 그대로 먹을 것이냐?

아니면 세균이 자랄 수 있는 양분을 줄 것이냐?


두 가지 컨셉이 있다.



세균을 먹는 것은 프로바이오틱스, 각종 발효음식의 컨셉이다.

결코 나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특정 세균이 중요한게 아니라 세균의 다양성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장내에 존재하는 균 생태계 자체를 복용하는 것은 건기식이 아니라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즉, 이 글을 쓰는 현재는 구할 수가 없다.


시중에 나와있는 프로바이오틱스나 요구르트, 김치까지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특정 균을 계속 먹는다고 하여 생태계 자체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먹어보고 좋으면 계속해서 먹으면 된다.



둘째로 세균이 섭취할 양분을 주는 것은 프리바이오틱스 컨셉이다.

프리바이오틱스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올리고당이다.


그런데 어디 세균들이 올리고당만 먹고 살겠나.

좁은 한국 땅덩어리에서도 산만 하나 넘으면 음식이 입에 안맞다고 밥상투정을 한다.


다양한 세균들에게는 다양한 먹이를 줘야한다.


여기서 채소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먹어주는 것이 유리하다.

단순히 한 종류의 식물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30종류의 식물을 먹는 것이 좋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 반드시 챙길 것.

곡류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곡류가 좋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땅콩류도 도움이 된다.

FODMAP, MAC


다양한 식물을 먹는 것이 핵심이다.


서구형 식단은 식물보다는 육류 중심이므로 마이크로바이옴의 형태가 조금 바뀌게 되는데, 양식을 먹어도 당연히 건강을 유지할 수는 있다. 다만 채소가 우위인 식단이 장내세균, 그리고 건강에는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기 쉽다.

주모!!!

그런 점에서 한식은 친 마이크로바이옴 식단을 짜기에 아주 적합하다.

우리는 모든 식물로 김치를 담가먹는 김치의 민족이지 않은가.

비빔밥만 먹어도 채소가 최소 5종류는 족히 들어간다.


2주 정도 식단을 하면 마이크로바이옴에 변화가 온다고 하니, 오늘부터 식단조절을 시작하는게 어떨까?






TMI. 영어를 쫌 하신다면 들어가서 읽어보시면 개념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혼자 보지 마시고 번역해서 저한테도 낭낭하게 나눔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네이처지에 소개된 '마이크로바이옴'. 가히 생리의학계의 인싸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www.nature.com/collections/pbcbgmkd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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