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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너뷰Point of View Jun 13. 2022

위기에 대하여


주식 계좌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난다. "부자를 만들어 준다는 감언이설에 빠져 주식 시장에 휩쓸려 들어간다." "소 뒷걸음치듯 하며 얻은 의외의 행운에 본인이 주식 천재인 줄 한다." "흥분해서 투자금을 늘리다가 나중에 쪽박을 찬다." 나도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건만,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느껴지는 긴장감은 지금까지와 사뭇 달랐다. 일종의 위기감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이밖에도 나를 둘러싼 위기는 많다. 하기 싫은 일은 늘어나는데, 하고 싶은 일은 줄어드는 위기,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위기 등등. 


그래서 위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약간만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적 균형 그리고 새로운 정체성


생각해 보면 살면서 겪는 위기는 다양하다. 생애주기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위기를 정리해 보면  탄생의 위기, 사춘기의 위기, 중년의 위기, 퇴직의 위기, 노년의 위기, 죽음의 위기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뜻밖의 위기도 있다. 자연재해, 사고, 전쟁, 실직, 강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다. 


위기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risis는 원래 분리, 선별, 감별, 선발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쪽으로 기울 것인지 아니면 저쪽으로 기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이다. 위기라는 말은 먼저 의학과 군사 영역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위기를 병세가 악화되든가 호전되는, 생과 사가 달린 결정적 국면을 의미한다고 했다.


사회적 위기도 중요하겠지만, 위기는 무엇보다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다. 개인에게 위기는 내적 균형의 위기이다. 나는 요가 자세 중 나무자세(Vrksasana)가 떠올랐다. 팔을 모아 양쪽 귀 옆에 붙이고, 한쪽 다리를 들어 다른 쪽 허벅지에 붙이는 자세다. 특별히 요가 수련을 한 적이 없는 나는 몇 초를 참지 못하고 비틀비틀거리게 된다.


위기는 내면의 나무자세이며, 그래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흔들리면서 선택해야 한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계속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누구인지, 위기는 나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것과 거리를 두고 새로운 것에 얼굴을 돌려야 한다.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는 언제나 정체성의 위기인 것이다. 


위기는 도전, 도전에는 건강이 필수  


많은 사람은 불안을 느껴 도망쳐 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부적절한 보상을 찾으려 한다.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나'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변하기만을 바라거나 아니면 요행이 따르기를 바란다. 


반대로 만약 위기를 극복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또 한 단계 성숙의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험난한 길을 통하여 별에 다다른다(per aspera ad astra).' 위기를 극복한 후의 보람과 영광을 표현하는 멋진 라틴어 경구다.


위기는 도전이며, 위기를 겪는 당사자는 그 도전에 맞서야 한다.  문제는 나무자세를 버텨내고 좋은 방향으로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근력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위기는 삶의 자극제요,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런 자극제를 위해 "충분히 건강한 상태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간 나스닥이 -4.33%다. 버티기냐, 손절이냐. 일단 요가 매트를 깔고 생각해 봐야겠다.



*참고: 안셀름 그륀(김선태 역), 위기는 선물이다, 바오로딸, 20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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