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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맘 Jan 30. 2022

계획이 틀어졌을 때 빠르게 손절해야 하는 것.

그리고 당장 해야 할 것.

왜 오늘은 낮잠도 많이 잤는데 해야 할 유튜브 편집은 시작도 못했을까. 괴롭다. 늦게 일어난 내 게으름에 자책한다. 왜 이리 끝없이 잠이 오는지.. 그 저질체력도 미워진다. 또다시 미뤄지게  업로드 날 때문에 조급해진다. 안 좋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니 누운 자리에서 얼굴까지 따끔거린다. 아니 그런데 늦게  일어났으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할 일을 시작할 것이지 몸은 좀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지질 않느냔 말인가...


왜 이런계획이 조금만 틀어져도 마음은 급속도로 불량해진다. 결국 이미 늦었단 생각이 들면, 더 완벽히 시작할 수 있는 다음으로 미뤄버리기까지 할 때도 있는데 부디 나만 그런 게 아니길 바라며 반성의 글을 써본다.



 

  일을 너무 띄엄띄엄해버리면 탄력 붙었던 속도가 떨어진다. 그 경험을 자주 했던 나는 이제 가성비를 핑계 삼아 시작조차 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실례로는 늦게나마 할 일을 시작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하원 시간으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겠다. 이후에 짬이 나서 겨우 일을 다시 시작하면  끝나기 전까지 유지했던 속도로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예열시간이 걸린다고 해야 할까.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진다.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차선이라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흔히들 말하는 플랜 비 말이다. 그렇다고 일의 방식을 다르게 한다는 게 아니다. 방식을 달리한다 한들, 부족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를 완료해야 한다면 나도 모르게 대충 하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심리다. 완성도가 떨어짐을 감수하며 오히려 시간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하던 일은 잠시 내려두는 게 좋겠다. 앗사리 남은 그 시간만큼은 원래 일을 빠르게 손절하고 미련을 버리자.  대신 그 사이 내가 완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려보고 그걸 시작해야  것이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작은'목표들 말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하나를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간단한 일을 한다면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없다. 오늘 일을 다시 떠올려본다면 이렇다.

 

만약  내가 유튜브 편집을 계속 붙잡으려 했다면 아마 접혀있던 노트북부터 다시 폈을 텐데 말이다. 그게 바로 켜질 리 없었겠지. 재부팅하는 시간은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이고 느린 화면을 빤히 바라보며 늘어나는 짜증을 어떻게든 다스려보려고 애썼을 것이다. 겨우 한 단계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마음은 답답하다. 내가 어디까지 했던가 다시 되짚어보는데 몇 분이 더 걸리고,  괜히 지금껏 했던 시퀀스를 다시 돌려보기도 하다가  자잘하게 신경 쓰이는 걸 수정하기 시작한다. 결국 새롭게 진행되는 일은 1도 없는데 어느덧 아들의 하원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나는 컨트롤 에스를 누르며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대신 일어나자마자 싱크대로 직진해서 점심 먹고 그대로 둔 그릇 하나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해야 할 일 아닌가.ㅜㅜ  끝내지 못할 편집을 건드리다 완성도 못할뿐더러 다리에 고목 매미처럼 붙어있는 아들을 떼어내며 설거지하는 것보다 지금 홀가분하게 빨리 끝내는 게 훨씬 좋다. 시간이 남는다면 다 돌아간 건조기에서 옷들을 꺼내 개었을 것이다. 시작하는데 부팅이 걸리지 않고 끝이 잘 보이는 직관적인 일일수록 좋다. 이렇게 짧고 쉬운 작은 목표들을 해낸다면 심리적으로도 훨씬 편하다.


오늘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다행히도 그릇을 잡았다. 실은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몸을 움직인 건 아니다. 그냥 몸을 겨우 일으켰더니 쌓여있던 그릇이 먼저 보였고, 순간 아들과 같이 설거지하며 온 사방에 물이 튀기는 모습도 보였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원인 제공할 모든 그릇들을 치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이다. 하나를 해치웠다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남는 시간에 옷을 개면 딱 맞겠다 싶어서 빨리 건조기 문을 연 것이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이 지금껏 늘어놓은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직관적이고 예열시간이 적은 일들이 좋다고 했는데 덧붙이자면, 그런 작은 새로운 일을 바로 끌어올 수 있도록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고 쪼개어 대기시킬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당황하지 않고 일을 선택하여 지체 없이 진행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의 경우엔 주로 집안일을 나눠 평소에 얼마의 시간이 걸렸나 기억해 놓는 편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상황에  남는 시간 안에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제는 하던 일을 어정쩡하게 끌고 간다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오히려 가성비 좋게 무언가를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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