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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달 Oct 12. 2020

자퇴하는 게 맞을까요?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무엇일까.


지금은 영어공부가 그나마 할만하고 재밌다. 다른 어떤 거보다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배운 것은 온통 수학과 프로그래밍뿐이다.


시간강사의 불친절한 강의로 인해 처음 보는 프로그래밍 용어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았던 나는, 다른 어떤 동기들보다 훨씬 느리게 배웠고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남들보다 낮은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배우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나는, 공대의 모든 커리큘럼에서 당연히 남들보다 뒤처졌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맘먹고 의지대로 다 하고 산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고등학교가 정말 싫었고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어 했다. 마치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해질 듯이.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다들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며 "저 때가 좋았는데"라는 말의 속뜻을 이해해버렸다.


반 친구들과 한 공간에 모여서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선생님 몰래 야간 자율학습도 째보고, 간식을 가져가 친구들과 나눠먹는 추억이 그리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말의 진짜 뜻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건 마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뭣도 모르고 길가로 나가 길고양이의 삶을 체험하는 것 같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오고, 정해진 플랜대로만 살다가 갑자기 모든 걸 스스로 하라고 하니 방치된 느낌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취를 하거나 능동적으로 살아왔다면 괜찮겠지만,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수동적인 입시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대학생이 되고, 휴학을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과 직업들을 알아보니 느낀 것이 많아졌다.


그중에 내가 고등학생 때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은 "대학교는 필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대졸과 고졸은 분명히 나뉘는 게 맞다. 하지만 모두들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학입시 준비라는 것을 꼭 삶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강조하는 게 옳은 일은 아니다.


오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모교 운동장을 함께 걸었다.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을 보며 우리는 "아.. 저 때가 좋았다는 걸 이제 알겠네"라고 말했다.


운동장을 걸으며 그냥 한 말인데 깊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글을 쓰고 있나 보다.


꿈을 찾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대학교 과를 살펴보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꿈을 찾는답시고 대학교 학과만 들여다봤던 기억이 있다. 도통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말 멍청한 행동이었다.


꿈은 학과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라, 더 방대하고 멋진 것임을 미처 몰랐다.


내 꿈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이 학과를 뒤로 하고 바로 자퇴라도 하고 싶지만, 고등학교 때 그렇게 나를 바라봐주고 뒷바라지해주던 부모님을 저버릴 수 없어 막연하게만 생각 중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진정한 꿈이 생긴다면, 그때는 '자퇴'라는 말을 꺼내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방황을 어느 때보다 세게 겪은 이번 연도에는 그 꿈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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