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스릴을 찾자
저번 달에 있었던 일이다. 낮에 산책을 나갔다. 집에만 있느니 조금이라도 걸어서 칼로리를 소모해 보자는 생각으로 나섰다. 양쪽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중간에 쉼터와 편의점까지 있어 동네 주민들이 산책로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도보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오직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앞으로 가는데 어디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스케이드 보드가 달려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스케이드 보드만 보였다. 사람 없는 스케이드 보드라니 무슨 일인가 싶어 눈에 힘을 주고 다시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스케이드 보드에 누운 두 명의 초등학생이 보였다. 어두운 색 옷을 입은 데다 멀리서 오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거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심한 경사로는 아니지만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저러다 어디에 부딪혀서 턱 깨지면 어떡하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옆으로 지나가는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온 동네가 들썩이도록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는 통에 주위 어른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다.
그날 친구에게 내가 목격한 것을 이야기를 하자 본인도 어렸을 때 그렇게 놀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나는 어땠는지 떠올렸다. 겨울에는 눈, 가을에는 솔잎 쌓인 산등성이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 생각해 보니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옆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놀았던 것 같다. 겁도 없이. 1m만 더 나갔다면 산에서 추락을 할 뻔했던 적도 있다. 또 45도 경사로에서 브레이크 쥐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상쾌함이란!
지금은 썰매는커녕 스키도 타지 않는다. 운동은 걷기와 피트니스 클럽에 가는 것이 전부다. 너무 인생이 재미없이 단조롭게 흐르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음은 불안하고 무색무취의 삶이 아닐까.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려면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음은 안정적이지만 삶은 성취의 기쁨으로 가득해야 좋을 것이다. 살만한 인생, 재미나는 인생 말이다.
언젠가부터 걱정부터 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먼저 생각하고 짐작하고 포기한 적도 많다. 하지만 그런 인생이 뭐가 재미있을까. 우선 해보고 판단하면 되는 거다. 지레 겁먹고 삶의 재미를 포기하지는 말자. 누워서 스케이드 보드는 탈 수 없겠지만 우리에게 심장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각자의 스케이드 보드를 찾았으면 좋겠다. 10살이든, 80살이든 우리의 인생은 계속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