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ful Citizen 스터디 두 번째 만남은 멀리멀리 DIGIST에서 츄츄 트레인을 타고 방문해 주신 임태훈 선생의 챕터 I Ludo-Literacies의 마지막 장 "Video Games and the engaged citizen: On the ambiguity of digital play"를 마무리 발제로 들으며 시작했습니다.
빵 보급자, 임태훈 선생
Ingirid Hoofd이 저술한 7장의 제목 " ambiguity of digital play"이 보여주듯, 이 챕터는 현대적 놀이 연구의 선구자 브라이언 서튼 스미스의 저작 "ambiguity of play (1997, Harvard Univ Press)"에 대한 오마주 이자, 스미스의 연구가 다루었던 보다 원초적인 놀이 경험에서 변화된 비디오 게임 환경이 매개하는 놀이의 새로운 모호성, 다의성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서튼 스미스 ambiguity of play도 오픈 액세스로 풀렸네요. 하버드 짱!)
서튼 스미스의 통찰로 포착된 놀이의 다의성은, 놀이에 관한 인류의 7가지 수사를 중심으로 정리되는데 progress, fate, power, (community) identity, imaginary, self, and frivolity가 이에 해당되는 것이죠.
지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해 보았던 시민 참여 기반 놀이와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Ingrid Hoofd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의 효용에 관한 실증 연구가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게임 밖의 더 큰 게임,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구조 자체에 대한 의문과 성찰, 전복 시도에 대해 관심을 기울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게임 콘텐츠가 아니라, 게임이 존재하는 세계와 게임이 작동하는 구조 혹은 방식에 대한 반성적, 저항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죠.
<제국의 게임> 저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오늘날 비디오 게임은 '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특별한 표현으로서 대상을 군사 사업 지대의 작동 방식에 고정시키는 기계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 즉 비디오 게임이 제국의 전형적 미디어라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초적인 놀이에 적용되었던 7가지 수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변화하면서 2개의 서로 다른 방향성을 지닌 중의적 정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 사회적 규칙과 경계를 실험하고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방법
둘, 최적의 성과를 향한 통제 시스템 조작으로 구성된 사이버네틱스
비디오 게임에 관한 중의적 정의가 양자택일의 것이 아닌, 양자 모두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것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디오 게임 플레이를 한다는 것 만으로, 사회가 게임화 된다고 믿거나 단순한 놀이 현상을 사회에 관한 문제의식,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진정한 놀이로 해석되는 것 모두 경계를 요합니다.
예시적 게임
'경찰 놀이'에 관한 보드리야르의 해석을 비디오 게임 플레이 경험과 연결 지어 플레이어를 끝없이 유혹하여 프로슈머 상태로 까지 전진시킨다고 해도, 그것이 사회를 평등하게 하거나 민주적으로 만든다고 말할 수 없으며 사회, 계급, 문화의 층위에서 예측 불가능성과 위험 요소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보드리야르 주장에서 "경찰 놀이"는 본능적 질서를 뒤집고자 할 때에 비로소 시스템 외부의 한 지점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디오 게임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생성, 혹은 기존 질서에 대한 전복과 충돌 발생을 의도하는 게임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떤 게임은 대화적이고, 자기 반영적이며, 시적인 인상을 남긴다는 의견이 공유되었습니다.
rope를 불태워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면 끝나는 (겜알못도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는!) 이 게임의 백미는 게임의 끝난 뒤 확인하는 엔딩 영상과 음악인데, 엄청 짧은 플레이 타임 이후, 플레이 타임 만큼의 시간을 <자, 이제 네가 영웅이지> 음악과 가사를 음미하며 성찰적 시간을 갖습니다. (만 임태훈 선생은 너무 트리비얼 한 것이 아니냐는 간략 의견을 덧붙이셨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하드펀 플레이어가 아니라 쉽게 가면서 여백이 많은 게임을 할때 생각이 다양해 지기 때문에 이런 류 게임을 좋아라 합니다)
Now You're a Hero / Reachground
Congratulations, You managed to kill that boss, you see... The Grinning Colossus. You're the hero we all wish we could be!
You made it through The Tunnel. Then you grabbed that Fire on The Wall! You jumped up above him. Then you burned The Rope and save us all. You burned The Rope and saved us all. You burned The Rope and saved us...
Now you're a Hero. You managed to beat the whole **** game. We're happy you made it. But how are you going to spend the rest of this day? Maybe watch a video... Maybe press refresh and start again.
Now you're a Hero. You managed to beat the whole **** game. We're happy you made it. But how are you going to spend the rest of this day? Maybe watch a video... Maybe press…
디지털 게임의 이중적 기술
제시된 두 개의 게임이 대작, 혹은 완성도 높은 게임 메카닉을 가진 게임들에 비해 험블 하고 사소하다는 느낌이라는 의견에 더하여, 저자가 이들 두 개의 게임을 언급한 것은 매끄러운 대작 게임과 다른 영역에서 빈틈을 지닌, 그래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미적 표현을 보유한 게임을 예시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들 게임에 대해, 안가영 선생은 장편 소설 같은 게임이 아니라, 시적인 게임 같다고 표현해 주셨죠. 시적인 게임이라는 콘셉트에 더해 지난 시간에 아이디어로 제안된 캐주얼하고 관습적인 게임에 상징을 변화시켜 게임메이커 개인의 자기 반영성이 높은 게임을 보다 쉽고, 더 빨리, 더 자주 만드는 워크숍에 대한 김범주 선생의 의견이 다시 회자되었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플레이어의 자기 반영성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거나, 비디오 게임을 통한 전복적 본능이 우리 사회 질서를 뒤집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막연한 희망을 담은 주장은 과도한 것이며 비디오 게임은 오히려 그와 반대의 상황, 즉 사이버네틱스의 질서와 규율에 플레이어를 종속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거나 기존의 질서, 기술 정치에 젊은 이들을 사회화시키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플레이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반영하며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각하는 방법으로 선택적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기반의 <the The Stanley Parable> 같은 비디오 게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범주 선생은 같은 팀의 beginer's guide도 강력 추천 하셨네여) 그래픽이 주도하는 몰입이 아니라, 이야기에 관한 몰입과 대화를 통해 자기 인식과 문제의식을 강화하는 표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