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과 김명순 소설로 살펴본 1920년대 여성, 여성 캐릭터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평양 대동강(大同江) 동안(東岸)을 2리(二里)쯤 들어가면 새마을이란은 동리(洞里)는 그리 작지는 않다. 그리고 동리의 인물이든지 가옥(家屋)이 결코 비루(鄙陋)치도 않으며, 업(業)은 대개 농사다.
이 동리에는 ‘범녜’라 하는 꽃인가 의심할 만하게 몹시 어엽뿌고 범이라는 그 이름과는 정반대로 지극히 온순한 18, 9세의 소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