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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Jan 19. 2024

226~250

226

나라도 내 글을 아끼고 사랑해 줘야지. 난 내 글이 마음에 들거든. 왠지 지난 시간의 나 자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227

힘들 때 더 힘들라고 등짝 때리는 가족이라는 존재


228

나를 아껴주는 건 내 글과 나 자신뿐


229

나는 약간 진흙멘탈인 것 같아. 열기와도 같은 고통 속에서 단단해지는 것 같아도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에 다시 원래대로 흐물흐물 무너져내리는. 그러면서 유리처럼 투명하지도 맑지도 않지. 물론 깨지지도 않지만


230

나는 또 한량이기도 하다. 예민한 한량. 그런 내가 이렇게 매일 성실히 사는 것은 기적이다. 몇십 년을 매일같이 혼나고 싸우고 배운 결과다. 애초에 없었지만 몸으로 학습된 그래서 때론 자랑스럽기도 한 기묘한 재능


231

모든 일은 다 과정의 연속이고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과정 그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지금은 언제나 만만치 않다. 충분히 알고 있어도 그렇다.


232

계약을 하고 입금자명이 땅 찍혀서 입금이 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 일을 한다’라고 내 직업은 000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아무리 거지 같은 작품에 실력 없는 아티스트라 놀림받아도 계속 계약이 성사되고 입금되는 한 계속 ‘그’ 직업인으로 살 수 있다. 그것이 없다면… 지망생일 뿐이다. 적어도 이 나라에선 그렇다.


233

아무리 아프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쫓아가서 같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234

‘왜 저러지?’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단지 내가 그것을 몰랐을 뿐. 행동 너머의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읽지 못한 자신에게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235

하아… 불효자는 웁니다. 진짜 울게 됩디다… 잘해 준 게 없어서…


236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진짜 그렇게 돼서 내가 생각한 그대로여서 다행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237

10대 때나 20대 때는 40대가 절대 오지 않을 것처럼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나의 모든 것으로 평생 같이 가져갈 무엇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시절의 것들은 타고난 기질에 가깝고 그것을 가지고 어떤 시대와 상황을 어떤 생각으로 통과해 왔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시절 이후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이후로도 계속 생각하고 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내 손에 가진 작은 것들을 내 것이라 확정하고 사는 것은 남은 삶을 어쩐지 옹졸하고 작게 사는 법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38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전적으로 동감했지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끝투머리에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짧기도 하다. 마치 번쩍하고 사라지는 번개처럼. 그리고 어느 날 번개처럼 사라진 한 사람


239

인생은 칠십부터 꼬장도 칠십부터


240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고 있어도 언제든 시간을 돌린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부재로 그것이 불가능함을, 필연적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추억할 수 있음에, 오늘의 추억을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모두가 행복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한 오늘 모두가 그렇게 행복하기를


241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그것을 해줄 수만 있다면


242

적당히 말 한마디 덜하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다가가고 싶어도 때론 마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43

인생은 회전목마라더니. 난생처음 겪어보는 일임에도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느껴지면서 그 옛날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는 참 많이도 다르지만 그때와 엄마와 지금의 나는 닮아 있을까. 아마도 내 딸에겐 그렇게 보이겠지. 전화 너머로 선선히 소식을 전하는 엄마와 철없이 울고 있는 나는 서로의 시간 차이만큼이나 닮아있겠지. 그 시절의 엄마와 할머니의 얼굴이 자꾸 생각나는 지금, 불효자는 그저 웁니다. 잘해 준 게 없어서 더 다가가지 못해서 그저 울기만 합니다. 할 만큼 한 사람은 울지도 않겠죠. 지금은 그저 한 것도 없어서 울고만 있습니다. 잘 가세요. 미안해요. 고마웠습니다.


244

1+1은 2도 아니고 1도 하기 싫다. 한 마디로 답을 알고 싶지 않다.


245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모든 오디션에 다 떨어지고 유명 드라마의 후속작 딱 한 곳에만 붙었다 한다. 팬으로서… 그런 기적의 기운이 나에게도 조금 떨어지길…


246

젊어서 좋은 게 분명히 있었고 늙어서 좋은 게 분명히 있다. 이래 저래 좋은 건 현재에도 과거에도 존재하고 존재했기에 조금 뒤늦게 알아도 좋은 건 좋은 것이겠지만 지금 당장 이 순간부터 알아챈다면 더 길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이 든다. 그러니 일단은 좋은 것들만 생각해야겠다. 시간도 인생도 돌릴 순 없지만 현재를 살아야겠기에. 가능하면 잘. 


247

적어도 생일에는 ‘네가 ~~~ 하니까 좋아’라는 말보단 <‘사랑한다. 축하한다’라고 심플하게 말하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48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딘가 고약하고 지독한 면이 있다. 그래서 쉽게 안 잊힌다.


249

누군가는 방에 살지만 집이 없고, 나는 집이 있지만 방이 없다. 고로 그곳이 어디든 내가 사유할 수 있는 모든 장소가 ‘내 방’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많은 ‘방’을 가졌다. 

책을 펼치는 그 순간의 장소가 ‘내 방’ ‘내 공간’이 된다. 비록 그 공간이 많은 이와 공유하는 장소라도 괜찮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그’ 방’을 점유하고 누리는 ‘내’가 있어 오늘 하루도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다.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250

사람은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생각한다는 말이 맞는 게,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빵 냄새를 맡아도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분명히, 아주 절절하게 느껴지는데도 나의 일천한 경험으로 설명할 수 없고 전달도 잘 안된다. 언젠가 이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빵 냄새를 찾아서 제빵이라는 세계로 입문해야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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