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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 Aug 07. 2024

새책이 나왔습니다

산문집 "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출간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처음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


모든 책방의 매대에서 가장 빛나는 책은

 책이고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책을 손에 집어든 사람이라면

한 순간에 빠져들 것이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희망사항일지라도.


두세 번째 책을 내는 작가의 심정은 좀 다를까?


처음 책을 내본 사람의 심정과 별반 르지

않을 것이다. 예외는 있겠지만. 희망인간의 심성에 둥지를 튼 장기투숙객이니까.


지난달 말, 산고 끝에 신간이 세상에 나왔다.

세 번째 출간 책이다. 2년 6개월 동안 준비한 글이 모여 한 권의 에세이 집으로 태어났다. 에세이집 치고 제법 두꺼운 324페이지의 책 속에는 57편의 에세이와 동일한 개수의 디카시가 들어가 있다.     


산고”라고 표현했듯이 만만치 않은 여정을 지나왔다.  지난 1월, 책을 낼 생각으로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놓고 차근차근 한편

기 시작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을 하다니. 무모하기 짝이 없군.   

   

오래전에 쓴 글일수록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다시 책을 낼 의욕조차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눈에 을 켜고 하나하나 퇴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글은 퇴고조차 무의미하게 보였다.


자연스럽게 글이 전개되거나 물 흐르듯

읽혀야 할 텐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제거해도 삐쭉삐쭉 튀어나온 잡초처럼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글들은 아예 판을 갈아엎어 처음부터 다시 쓰거나 목차에서 빼버렸다     

3월 중순쯤 가까스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다. 그동안 애썼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주로 떠났다.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섬을 한 바퀴 돌 생각으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해변도로를 달렸다. 글감옥에서 탈출한 자유로움을 만끽했지만 기쁨은 잠시. 반코스쯤 되는 서귀포에서 자전거 사고가 났다.


실신하여 서귀포 의료원 응급실에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았다. 힘겹게 서울에 와서 수술 후 힘든 고비를 넘겼다. 그러던 중 4개월 만에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처음 낸 책은 아니었지만  심정은 그때와 비슷했다. 더구나, 첫 에세이집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어찌 되었건 성취감은 있었다. 에세이도 잘 쓰고 싶었다.

         

책이 나온 이후  먼저 한 일은 가까운 친척이나

특별한 도움을 주신 분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출판사에서 작가 증정본으로 보내온

 몇 권을 선물용으로 활용했다.


 한 권을 80대 후반이신 작은 아버지(초등학교 교장 출신)께 보내드렸더니 전화가 왔다. 지난 토요일 오전 속리산 정상 천왕봉을 향해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며 오르고 있을 때였다. 전화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일 년에 기껏 한 두 번 통화하는 어르신이라 안 받기도 뭐해서 폰을 귀에 가까이 댔다.


“책 잘 받았다. 어딜 그렇게 많이 다녔냐?”

“지금도 어디 가고 있냐?” 말씀은 길어지는데

대꾸하기조차 힘들어서 통화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책에 작은 아버지 고향도 나와요.” 했더니 “목포는 언제 갔냐? 거기부터 찾아봐야겠다.” 하시면서 그제야 전화를 끊으셨다.     


지인 한 분은 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 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느냐?


책을 보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려

했는데. 서점에서 파는 책 맞냐? 고 물으셨다. 

“에구, 감사합니다. 휴가철이라 배송이 좀 늦어져서 내일이나 깔릴 거예요.” 보물 찾은 듯 책을 서가 구석에서 발견하더라도 좋은 자리로 옮겨 놓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가끔 소통하는 대학동창 하나는 밑줄이

그어진 페이지를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며 글자가  하나 빠진 거 같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지금 어쩌라구. 나도 알고 있거든 하고 

하마터면 무례한  나올 뻔 했다. 

"그래 그래. 고맙다. 함 볼께" 


책이 나오고 나서 책을 매개로 갑자기 소통이 늘어났다. 관심과 격려,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였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만큼 대단한 책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  


책이 얼마나 팔리느냐를 떠나서

출판이후 오고가는 이런 소통은  언제나 즐겁다.



이번에는 책 프롤로그를 통해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보낸 글마다 꼼꼼히

읽고 느낌을 피드백 해준 벗 진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회사 내 최고의 문장가이고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힐링 전도사다. 실력 있는 독자로 따뜻하고 냉철한 문장 감별사가 되어 책이 나오는데 도움을 주었다.     


카톡 프로필창에 내가 쓴 책 세 권의 표지를 모두 올려준 후배 선주 부장님. 이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응원과 격려가 어디 있을까.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고마웠던지. 당사자라 민망해서 책 표지를 카톡프필 혹은 SNS 소개란에 올린 적이 없는데 그걸 대신해주니 감사한 마음뿐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말씀으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대부 김병기 선배님과

업무로 알게 되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백운선 대표님도 고맙기는 마찬가지다.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많지만 특히

이분들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책은 단지 눈에 보이는 한 권의 책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이란 물성은

관계와 소통 품고 다는 생각이다.


을 통해서 좋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무쪼록, 새책이

많은 독자들의 손에 닿아 새로운 관계의

고리가 이어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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