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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Marco
Jun 26. 2023
참 좋은 날, 인연의 향기에 취해버렸다.
사인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지나간 일주일은
무엇이든 되돌아보기 적당한 시간이
었
다.
대기표를 받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인을 하는 나를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들
.
내가 생각해도 낯설기만 또 다른 나.
내가 앉아있어도 되는 자리가 맞는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하다.
사인회가 열린 6월 17일 오후 3 시.
딱 일주일이 지났다.
얼마 전 다른 작가의 사인회는 어찌 진행되나
찾아와서 보았던 그때 그 상황이 재현되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코너, 사인회장에서
사인을 해주고 독자의 기념용 사진 찍기에
응해주는 여성작가.
그 자리에
지금은
내가
앉아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작 사인을 하면서도
믿기 힘든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출판작가 사인회의 성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사인회.
출판작가라면 누구든 꿈꾸는 로망
.
작가가 원한다고 거기서 사인회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출판사 대표님께서 사인회를 제안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내 주제에 무슨 사인회를.
그것도 교보문고 광화문점라니..
그런 제안을 들은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던지라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사인회를 한다면 도대체 몇 명이나 오겠냐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백보를 양보해서 친분 때문에
무조건 올 거라고
믿을만한 사람들 얼굴을
떠올려봐도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지인들에게 사인회 소식을 알린다고 해서
반드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아무리 친분이
두터워도 사정이 있으면 못 오는 게
당연한 거니까.
한참을 미루다가 가끔 소통하는
회사동기에게
의견을
구했다.
일단 응하라고.
그다음 문제는
나중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회의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사인회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내게도 있었던 것이다.
돈을 주고도 하기 힘든 경험인데..
이걸 어찌 포기해. 해보지도 않고.
사인회가 결정된 이후 오로지 성공적인 사인회를 위해 올인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썰렁해서
망신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지인들에게 톡이나 문자로 사인회 소식을
알리고
SNS에도 포스팅하고 오신 분들을
위해
선물용으로
호도
과자 상자도 준비했다.
사인회 한 시간 전까지 청계천변 카페에서
사인문구를
고민하며 보기 좋은 글씨체로
사인연습도 했다.
사인회 행사이니 책을 구입해
사인을 받으려는
독자들에게 사인문구
만큼은
무언가 의미 있고
정성껏
해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미의 열정을 가진 ㅇㅇㅇ님, 항상 응원합니다..
참 좋은 날, 말랑말랑한 순간,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
ㅇㅇㅇ님의 아름다운 삶을 늘 응원합니다.
삶이 아름다운 ㅇㅇㅇ님, 항상 응원합니다....
첫 번째 문구는 감각이 탁월한 작가이신
지인께
물으니 장미를 드리지 않는다면
쓰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리 있는 말이라 제외.
두 번째 문구는 무난하게 보여
사용하기로 했고
세, 네 번째 문구는
회사동기가 슬그머니
힌트를
주어서 채택했다.
하지만, 막상 사인을 할 때는 어느 순간
준비한
사인문구가 다 소용없었다.
사인을 받으려고
대기하는 독자들이 늘어나
사인을 빨리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막판엔 감사합니다만 쓰기에도
벅찼다.
그렇다.
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사인
회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와서
출판사가 준비한 책이 모두 동이 나서
사인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분들이 계실
정도였다.
책이 없어서 사인을 받지 못한 모
후배에게선
책을 충분이 준비해야지. 이게 무슨 상황
입니까하고 부드러운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인회를 마치고 귀가 중 출판사 대표님께
문자를 받고서 이 정도면 첫 사인회치고
작가로서 선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보에서 사인회를 성황리에 마친 것을
감사한다고 작가에게 전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맘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맥이 탁 풀렸다.
작년 8월에 작고하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사인회장을 찾아주신
인연들 중
기억에 남을만한 분들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느낀다.
용인에서 선약까지 연기하고 먼 길 찾아주신
퇴직 선배님.
집안 모임이 있음에도 대전에서
외사촌 동생과
함께 찾아주신 이모님.
무거운 꽃 바구니를 들고 축하해 주러 오신
사내 동호회 선배님 부부
줄 서있는 독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유도했던 여성 화가님.
자신의 일처럼
응원해 준
사내
동호회
회
원들.
카톡에 책 표지를 걸어놓고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맘 따스한
회사
후배님.
몸살끼를 무릅쓰고 양주에서 오신 도의원님.
무슨 일이든 도움을 주고싶다고 하더니
진짜 도움이 필요할때 짠하고
나타나
열일하신
작가님.
대학시절, 야학 교사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뜻을 같이 했던 청우 선후배님
.
그 외 단톡방을 공유하는 선후배님들.
절박한 마음으로 보낸 SOS에
기꺼이 응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집에서 쉬지 못하고
주말 오후
황금시간대에
나를 찾아주셨으니
무어라 감사의 말을
드려도 부족하다.
사인회가 끝나고
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분들께는
한 분 한 분 전화를 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외에, 사정상 참석이 곤란하지만
힘껏 응원하겠다고
답장을 주신 분들도
고맙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 월,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을 때만
해도 솔직이 사인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장소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될 줄은
더더군다나..
기껏 소규모 인원이 모인
북토크
정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사인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사인회장이 썰렁하면
어쩌나. 어떻게 하면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순간도
지나가리라를
속으로 몇 번이나 읇조렸던가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
,
여러 가지 일로 힘들었던 내게
하느님께서
힘내라고 이벤트를
열어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깨달음까지 덤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가라고. 살다 보면 가끔은 좋은 일도
있을 거라고.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운이 좋았던 건지..
책 하나 내고 누릴
건 다
누렸다
.
사인회
까
지
직접 경험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글이 조금씩 나아져
누가 봐도 이 글은
내가 썼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만의
개성 넘치는 글을 쓰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거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스파이더맨처럼
은밀하게 변신하여
글을 쓸 때는 작가가 되고
시를
쓸 때는 시인이 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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