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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봉봉 Jul 31. 2019

연차, 쓰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 ②

부디 내 연차를 건들지 말아주세요! 제발!

사실 연차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그래서 지난번에 이어서 연차에 얽힌 나의 투덜거림을 한번 더 이어가보고자 한다.


https://brunch.co.kr/@ddang2ddang/4

 



세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이것은 내가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에서있었던 일이다. 나는 그 회사에서 연차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나는 당연히 연차는 공휴일과 별도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다녔던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연차에 법정공휴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말이냐면, 그 해에 법정 공휴일이 예를 들어서 9일이 있다면, 내 전체 연차에서 그 9일을 뺀 나머지 날만 내가 기안 상신을 통해서 연차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무슨 쌈싸먹는 소리인가 싶어서, 나는 폭풍 검색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휴일 중에는 법정 공휴일이라고 분류되는 날이 있다. 

법정 공휴일이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해 공휴일이 된 날로, 법정 공휴일은 일요일, 국경일, 1월 1일, 음력 1월 1일(설날)과 전후 이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어린이날(5월 5일), 현충일(6월 6일), 음력 8월 15일(추석)과 전후 이틀, 성탄절(12월 25일),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일 등 정부에서 수시로 지정하는 날 등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보통은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되어 있지만, 법정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지정한 경우, 우리의 피 같은 연차에서 법정 공휴일이 빠지게 된다. 즉 달력의 빨간 날 수 만큼 내 연차 개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나는 이 취업규칙을 처음 받고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만 같았다. 취업이 확정되고 입사를 하고 나서 보통은 취업규칙을 HR팀에서 설명을 해주는데, 출근하여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입사 전에 이를 알았다면 입사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굴 탓하랴.
차라리 분노의 대상은 직장 생활을 근 10년 가까이 해놓고서,
이런 사실을 이제 안
내 자신의 무식함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식함에 대한 자책은 자책이고 , 이제 한번 세어보자. 빨간 날이 연차에서 빠진다니, 이를 제하고 보면 내가 쓸 수 있는 연차 개수는 5개 남짓이다. 그런데 법정 공휴일조차 연차에서 차감하는 회사가 여름 휴가를 따로 줄리 만무하다. 당연히 몇 안남은 연차를 우겨 붙여서 여름 휴가를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근로자는 입사 이후 왠만해서는 평일에 쉴 수 없다는 뜻이다. 고작 15개의 연차에서 법정 공휴일 제거하면 남는 연차는 5일.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 우울함에 쪄 죽지 않으려면 여름 휴가는 써야 하니, 여름 휴가용으로 5일을 남겨둔다고 하면, 사실상 내가 쓸 수 있는 연차는 없는 셈이다. 


그러니 아파도 출근, 폭설이 와도 출근, 태풍이 와도 출근, 애가 아파도 출근, 남자친구랑 헤어진 다음날에도 출근, 출근, 출근, 출근 출근. 렉이 걸릴 정도로 출근하는 것이다. 이게 뭐 노예와 뭐가 다른 건지.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세상에 지렁이한테 간을 빼먹지. 근로자의 연차를 파먹다니. 양심이 있다면 연차만큼은 건들이면 안되는 것이다.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연차에까지 인색하게 군다면, 그런 회사는 진짜 인류를 위해서 갱생해야만 한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벨? 일과 삶의 균형? 그런 말을 볼 때마다 헛웃음밖에 안나온다. 그런 이상적인 소리는 기본적으로 연차부터 쓸 수 있게 해 놓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부탁하는데, 연차, 연차, 연차! 연차 만큼은 제발! 냅둬라 쫌. 이 회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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