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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봉봉 May 06. 2020

세번째 돌+I. 빈대의 정석

그래서, 부자 되셨어요?

지금으로부터 한 7년 전, 

그 당시 내가 다녔던 회사의 어느 차장님은 회사에서 소문난 빈대였다. 

짠돌이가 아니라 빈대. 짠돌이와 빈대는 결정적인 차이가있다. 


짠돌이는 내 돈을 아끼는 것이고, 빈대는 내돈은 아끼지만 남의 돈은 아끼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아끼고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은 절대 흉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루어야 하는 경제적인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존경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빈대는 다르다. 너의 돈이 아깝듯, 남이 돈도 아깝다는 사실을 망각한 빈대의 경우는 솔직히 밉상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그분은 흡연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꼭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우리 팀으로 오셨다. 그리고 꼭 특정 인물에게 같이 담배 한대 피우러 가자고 했다. 당연히 이 때 담배는 그 특정 인물의 주머니 속에서 나왔다. 그 특정 인물은 본인의 담배를 피우고, 차장님도 그 특정 인물의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그 특정 인물이 바빠서 지금은 안된다고 하면, 차장님은 노골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곤 하셨다. 


“그럼 나 담배 한 개피만 빌려줘.” 


그리고 담배 한 개피를 집어 들고 유유히 나가셨다. 


솔직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 왜 저렇게 호구처럼 담배 셔틀짓을 할까 라는 생각에 답답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 차장님한테 자꾸 담배 뺐기냐고. 그렇더니 이 멍청할정도로 착한 특정 인물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차장님 좀 짠해. 작년에 이사하면서 대출 많이 받으셨거든.” 

당신이 더 짠하거든요.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셔틀짓도 팔자라는 생각에 그냥 냅뒀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그냥 궁금하다.


차장님,

그래서, 부자 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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