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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봉봉 May 04. 2020

두번째 돌+I. 영어병 걸린 그녀.

Are you really O.K?

회사에 이런 사람들 간혹 있다. 


영어병에 걸린 사람들.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은 회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어든 일본어든, 한국어든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일 뿐,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어딜가든 영어를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만났던 선배 한명도 그런 유형이었다. 나는 그녀가 영어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그녀와 함께 회의를 하는데, 회의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힘들어 하는 상황 속에서 잠시 쉬었다가 회의를 이어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조금 쉬었다 하죠”라든가, “잠깐 break time좀 갖죠.”라든가 뭐 이런 보편적인 말을 통해서 회의를 잠시 중단시키지만, 그녀는 굳이, 이런 식의 표현을 했다. 


“take a break 하고 continue 하죠!”


이런 식의 표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녀는 이런식이었고, 토종 한국인이었던 그녀가 ‘을,를,이,가’와 같은 조사를 제외하고는 억지로 영어를 쓰려고 하는 모습이 나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이정도에서 그쳤다면 나는 애초에 그녀를 돌+I의 유형에 분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영어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 영어 줄임말을 사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줄여쓰는 영어 줄임말이라는 것은 정말 자신만의 줄임말, 근본도 없는 줄임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었다. 

“김대리, 이건, L.D의 문제인데?” 



L.D. LD가 무엇일까.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보통 영어 줄임 표현은 전문용어인 경우가 많기에 나는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해도 LD가 뭔지 모르겠던 나는 물었다. 


“죄송한데, LD가 뭔가요?” 


그런 내게 그녀는 대답했다. 


“LD. Learning Design! 너 그것도 모르니?” 

굉장히 나를 낮추어 보면서.




이런 쌈싸먹을… 




교수설계라는 매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냥 learning design이라고만 이야기해도 알아듣겠건만. 그것을 굳이 LD라고 줄여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교수설계를 LD라고 이야기하는 건, 커피머신을 CM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줄임. 



학교 다닐 때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배웠건만. 너와 나, 고작 둘이 이룬 사회 속에서도 통용되지 못하는 ‘영어 말줄임’을 가지고 언어라고 우기는 그녀. 당연히 나는 그녀가 피곤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를 피곤해했다. 특히 타 부서, 타 회사와 미팅을 하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는 상대방을 꽤 자주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승진했다. 그리고 이후 더 더 많은 사람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나는 이후 이직을 하여, 더 이상 그녀와의 의사불통을 겪지 않게 되었지만, 그냥 가끔은 궁금하다. 

그리고 병맛이 중독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그 병맛같은 영어말줄임이 그립기도 하다.



허허허.


내가 돌+I가 되어 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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