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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봉봉 May 04. 2020

첫번째 돌+I, 도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그녀

여전히 도도하고, 안녕하신지요?



명문대 출신이었던 M. 그녀는 내가 처음 만난 돌+I였다. 유형을 분류하자면 그녀는 ‘도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돌+I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문제는 도도한 사람이 아니라, 도도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갖은 방법을 써가면서 스스로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차별화 시켰다.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 도도함이라고 착각하고 생활했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 툭하면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솔직히 요즘 세상에 회사에서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녀는 툭하면 아메리칸 어쩌구가 적혀 있는 본인의 카드를 내밀며 커피 한잔을 사다달라고 요청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멀리했고, 점심시간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는 말을 건네는 사람도 점점 사라졌다. 나중에는 의례 그녀는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어느날 나는, 문득 점심시간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던 그녀가 괜히 신경이 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오지랖이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12시 정각, 그녀에게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쾌활하게 물었다. 평소 나와 점심식사 멤버였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살짝 당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 하는데 굳이 뾰족할 필요는 없으니, 뒤이어 그녀들도 같이 먹으러 가자며 한마디씩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버캔스탁을 끌어가면서. 


차라리 ‘아니요.’라고 거절을 하지.
대답도 앉고 그냥 획 나가버리는 것은 무슨 똥매너인가.


머슥해진 나, 그리고 더 머슥해진 점식식사 멤버들. 물론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그딴 머슥함 따위는 다 날려버렸지만.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도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그냥 도도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태평양급 오지랖 따위는 절대로 부려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가끔 궁금하다. 그녀는 지금 어떠한 모습일지. 원하는 대로 정말 도도한 사람이 되었을지 아니면 여전히 도도한 척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사람인 채로 남아있을지. 





M.

이제는 진짜 좀 도도해지셨나요?

아니, 그 이전에 안녕은 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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