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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나 Jan 12. 2019

10. 겨울, 목공의 마무리

추석 전, 철거를 시작으로 서대문 작은 한옥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심란한 모습의 공사 현장. 과연 제대로 된 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20181009


여기저기 구멍 난 곳도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메꾸어 가면서 집이 되어 간다. 20181009


한옥이기에 목구조로 된 기본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우선이었고, 그 뒤에 내부 인테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사 시작 전에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것은 "한옥은 철거를 해봐야 손 볼 곳을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역시 벽체를 뜯고 지붕을 걷어 내고 기둥만 남기고 보니 견적으로 잡았던 내용 보다 굵직한 몇 개가 더 추가되고 있었다. 


우리집 기와는 전체적으로 새로 얹기보다는 깨진 것만 골라내어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0181009


큰 기계가 들어오는 일도 없다. 하나하나 사람의 손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진흙을 손으로 뭉쳐 지붕에 얹고 그 위에 다시 기와를 얹어 고정한다. 20181009



이 집은 본래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집이었다. 한옥은 이렇게 조금 기울어도 이 상태로 몇 십 년 동안 뼈대가 자리를 잡은 거라 사용 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벽을 트고 새롭게 고치는 시점에는 기울어진 기둥은 새로 세워주는 것이 맞으니 크게 기울어진 기둥 위주로 드잡이를 하기로 하였다. 그 기둥을 바로잡고 보니 옆에 살짝 기울었던 기둥의 경사가 더욱 크게 보이는 거다. 그래서 예상치 않게 드잡이 해야 할 기둥도 추가되고 기둥이 움직이면서 붙어 있던 토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또, 바닥을 파 보니, 보이지 않던 나무 기둥의 썩은 부분도 드러나면서 기둥의 밑동만 잘라 새것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도 들어갔다. 


허물었던 담장도 다시 자리 잡고 기와가 얹어지니 이전보다 훨씬 반듯하다. 물론 기울어진 기둥들도 다시 잡았다. 20181009



수리 전, 이 집의 대문은 집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형태였다.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위는 기와로 덥혀있을 뿐 외부와 다름없다. 마당까지 나가면 오른쪽 왼쪽으로 본채와 작은방을 각각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와 아래를 모두 실내로 만들기로 하였고,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실내가 되는 구조를 원했다. 한옥 대문이 워낙 빈틈이 많다 보니 실내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쪽으로 현대식 밀폐형 문이 하나 더 붙어야 하는데, 대문을 안으로 밀다 보니 중문과의 사이가 너무 멀어지고 그 사이에 위치하는 화장실은 외부와 다름없는 상태로 단열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인테리어 실장님과 도면을 놓고 여러 가지 고민만 했는데 현장의 도편수님이 한마디 해 주셨다. 

"대문을 안으로만 열라는 법 있나? 밖으로 열게 하면 되지!!!!" 

아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조금 비틀어 다르게 생각하는 연습은 여기서도 필요하다. 


이렇게 대문을 밖으로 열리도록 바꿔 달았다. 20181013


목공의 일정은 예정에 없던 작업이 추가되고 변경되면서 예상보다 한 달 이상 길어졌다.  올해는 한파도 일찍 시작한다던데 이미 추워지기 시작한 11월 말 문선 작업을 마지막으로 목공이 마무리되었다. 집이란 것이 본래 그러하겠지만 한옥이기에 더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분들의 땀과 수고가 이 집에 묻어 있다 생각하니 그만큼 더 애정이 간다. 


밖에서 차 마시고 책 읽기 좋은 계절에는 이 툇마루가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20181120
목공 작업 마무리 즈음 아이들과 함께.  201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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