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가던 파주의 동네 책방이 작년 말 문을 닫았다. 나는 종종 간다고 생각하지만 책방 입장에서는 거의 안 오는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기에 성북동의 서점카페 사장님이 문을 닫았고. 오늘은 계동길의 익숙한 이름의 책방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물론 폐업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접하는 동네 책방 운영자들의 하소연은 가게의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책을 팔아 남는 마진은 얼마 되지 않고 요즘같이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시기에 자발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인구도 줄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좀 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할 것이다.
가뜩이나 자영업자가 어렵다는데 더더욱 어렵다는 동네 책방의 길을 나는 왜 시작하려는 것일까.
첫째, 우리 집에 차고 넘치는 것이 책이다. 일러스트 일을 하는 남편은 일에 필요하다며 아트북을 한 권, 두 권 사더니 어느 날 한 박스, 두 박스가 배달되어 오고, 참고의 단계를 넘어 수집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이미 거실 벽은 모두 책장이며, 서재라 하기에도 어려운 책 창고는 문을 뚫고 옆방까지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내 책도 못지않게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보던 그림책 또한 밀어내고 밀어내도 계속 쌓이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 아름답고 귀한 책들이 집 구석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이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남편 역시 열심히 모으고 참고했던 아트북도 정말 좋아하는 몇 권만 남기고 처분하겠다 하여 책방 오픈에 찬성하였다. (하지만, 그는 책방을 핑계로 더 많은 아트북을 들여오고 있다는… -.-;;;)
둘째,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2-3년 만에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신입들이 회사에 잘 적응(?) 하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사내 동아리를 새로 만들었고, 나는 그중 독서모임을 주관하였다. 첫 책으로 선정했던 책이 <설득의 심리학> 이었는데 대화에 흐르는 심리학적 요소가 흥미로웠다. (1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니!!!) 같은 책으로 4주 정도 진행하며 요약도 하고 책 속의 예시로 일상생활에 참고도 하며 퇴근 후 카페에서 책과 회사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시간이었다.
당시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후배는 아직도 그때의 시간이 좋았다고 회상해 주곤 한다. “회사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어리둥절하던 때에 그런 책 모임까지 하니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물론 그 모임은 두어 달하면서 각자 바쁘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되었지만, 회사 다니는 내내 다시 해 보고 싶던 일이었다. 특히 퇴사를 생각하던 2-3년 전부터 인생에는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밥벌이와 삶이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회사에 목메는 젊은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었다.
그리고 셋째, 넷째..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