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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나 Jan 23. 2019

12. 왜 하필 책방을..(2)

새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개인사업자가 되었다. 그러면서 왜 책방을 시작하려 하는가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 싶었다. 


첫째, 집에 차고 넘치는 것이 책이었다. 

둘째, 좀 더 많은 이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앞의 글이었다. 

https://brunch.co.kr/@neobooba/11




그리고 셋째, 난 작가들을 사랑한다. 크든 작든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이는지  10장짜리 보고서만 써 봐도 안다. 요즘은 독립출판이 많이 나오면서 얇은 책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 역시 작가의 혼이 담기고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기에 페이지가 적다고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어느 북카페에서 한창훈 선생님의 북토크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작가님의 경험으로 직접 들려주는 뱃사람 이야기는 책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 뒤 동네 책방의 작가와의 이벤트를 즐겨찾기 하여 찾아가곤 했다. 책을 쓰는 작가와 독자를 연결시켜 주는 일 또한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남편과 나 역시 작가와 독자로 만난 사이였으니 혹시 아는가.. 책방 혹은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인생의 배필을 만날 수 있을지도!!! 


이쯤에서 남편의 책들을 살짝 홍보한다.




넷째, 나와 남편은 각자의 이유로 작업실이 필요했다. 나의 경우, 일산 사무실에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매일 야근이 이어지던 때가 있었다. 바로 옆에 백화점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저녁밥을 거르며  문화센터의 플라워 강좌를 한 시간씩 들었다. 너무 바쁜 날은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렇게 9개월가량 이어가니 바쁜 회사 일에서 쉼이 되었고 스트레스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회사 여직원들과 이런 힐링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취미로 만들었던 양초도 함께 만들고 내가 배운 꽃 수업도 다시 만들어 보며, 누구든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다면 나눔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므로 본인의 작업을 위한 공간 혹은 자신만의 강의를 하기 위한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원 시절, 일단 공간을 만들어 오픈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밤에만 문을 여는 서점은 어떨까. (실제로 연희동에 "밤의 서점"이 있다. 평일 저녁 5시 혹은 7시에 오픈한다.) 혹은 주말에만 문을 여는 서점은 어떨까. (전주의 "두권책방"은 평일은 무인으로, 주말은 점장이 나오던데 요즘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봐야겠네.) 하지만 회사 다니며 육아를 하면서 투잡을 알아보기엔 나의 능력 밖이었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정했으니 열심히 가 보는 수밖에 없다.


매주 월요일 저녁의 꽃 수업은 뾰족하고 각진 마음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는 시간이었다. 20151229




우리나라보다 독서 인구의 비율이 높다는 일본에서도 서점의 폐업률은 높아져간다. 책방 운영자들은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나가면서도 책방 문을 쉽게 닫지 못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책방은 사회를 좀 더 이롭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명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사는 마을이 책으로 좀 더 풍요로워 지기를 원한다. 골목골목에는 인형뽑기방이나 휴대폰 대리점보다 괜찮은 서점 하나가 들어서기를 바란다.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하여 채 빛을 발하기 전에 평대에서 사라지는 괜찮은 책을 추천하고 싶고, 지금의 경쟁사회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학원으로 내돌리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은 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해 주는 어른들이 많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도서관의 책 냄새가 좋았다. 책 속 신비로운 이야기도 좋았고 그저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학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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