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o Grosso - 1974 Way Home
남대문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목의 왼편에 위치한 아주 작은 이층짜리 샌드위치 가게였다. 낮에는 샌드위치를 팔고 밤에는 와인을 파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있는 장소이다.
처음 방문했던 날, 주인장의 음악 선곡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음식의 맛과 모양은 생각나지 않지만 공간에 울려 퍼지던 음악이 나의 취향을 건드렸다.
지금이야 AI 와 데이터로 무장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당신이 좋아할 곡을 골라드립니다.”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내 취향의 음악을 추천받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아이폰3G 도 출시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내 마음에 맞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나와 음악적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 밖에 없었다. 혹은 라디오를 열심히 들으면서 하나씩 메모를 해 놓는 방법밖에.
두 번째 방문하던 날, 1층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작은 다락방처럼 좁은 공간에 자리와 자리가 가깝게 붙어 있었고 조금 어두워지면 자리마다 촛불을 켜 주는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남산 순환도로가 보이는 2층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들리는 노래가 바로 이어폰으로 매일 듣고 있던 그 음악이었다. 유행가도 아니고 가요도 아닌 그렇다고 팝송도 아닌 차트의 순위권 곡도 아닌 말하자만 비주류의 음악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듣게 되다니! 마치 뉴욕 타임스퀘어 한 복판에서 아침저녁으로 매일 만나던 이웃집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연히도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만난 기분. 뜻하지 않게 어린 시절 동창을 만난 기분.
바로 그 순간에 음악이 있었다.
Mondo Grosso - 1974 Way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