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꿈이 어느 정도 비슷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꿈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이 한옥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목적에 맞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한옥의 특성상 수리비에 대한 견적은 천장이나 벽체를 뜯어서 서까래와 기둥 상태 등을 확인해야 좀 더 정확한 견적이 나온다. 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둘러봤던 전문가와 업체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그리하여 잔금을 치르고 며칠 뒤 천장 등 일부 철거를 계획하였고 그 전에 아이들과 옛집에서 하룻밤 추억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전에 사셨던 할머니는 짐도 없었을 뿐더러 이사 가시면서 뒷정리도 깨끗이 해 주셔서 바로 살림을 옮겨와 살아도 될 것 같았다. 마침 폭염은 지나갔고 태풍의 영향으로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 선풍기가 없어도 하룻밤 지낼 수 있겠다 싶었기에 모기장과 바닥에 깔 얇은 매트 하나 챙겨서 아이들과 함께 한옥집으로 향했다.
한옥 생활을 해 볼 기회가 없던 아이들은 무조건 즐거웠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대문도 신기했고, 작은 다락도 아이들 놀기엔 제격이었다. 마당에서 줄넘기, 수돗가에서 물장난과 깔깔거리는 소리는 대문 넘어 조용한 동네에 울릴까 걱정이었다.
걸어서 동네 한 바퀴 돌며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돌아왔다. 집을 나설 때는 환했는데 돌아오니 컴컴한 밤이다. 대문 지나 마당 입구 불을 켜자 마당 가득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꼽.등.이. “그래 사람은 마당 있는 집에 살아야 돼~!” 하면서도 같이 살아야 하는 곤충들을 생각하면 살짝 꺼려지게 된다. 아무래도 흙과 가까운 곳이니 피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긴 더듬이 다리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 꼽등이들은 사랑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아이들에게는 이 꼽등이마저도 즐거운 장난감인가 보다. 현호는 긴 막대기 들고 같이 뛰어다닌다. 그런 현호도 마당 옆의 화장실까지 혼자 가는 것은 무리인지 함께 가 달라고 울먹거린다.
마루에 모기장과 매트를 깔고 나란히 누워 서까래를 보면서 잠을 청한다. 아직은 여름인지라 선풍기 없이 잠들려니 쉽지 않다. 밤은 깊어가도 여러 가지 생각에 이리저리 뒤척인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아름답다.
마당은 벌레들 차지가 되었겠구나.
30년을 이 집에서 지내셨던 할머니도 이 집의 서까래와 마당을 생각하고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