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나나 Sep 15. 2018

4. 셀프등기 도전

내 평생 살면서 과연 몇 번이나 집을 사고팔 일이 생기겠는가. 집을 사면 소유권 이전을 위한 등기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법무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매매가의 0.1%라는 수수료 비용도 줄일 겸 직접 등기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등기는 법원 소속의 행정처리인지라 용어도 쉽지 않고, 혹시라도 등기 접수 후 누락되거나 틀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 이후 수습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수수료를 내더라도 법무사를 맡길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친절한 블로거들은 셀프 등기에 필요한 문서, 절차, 작성 내용까지도 상세히 공유해 주어서 “나도 할 수 있다!” 하는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게다가 매도인에게 받아야 하는 서류 외의 모든 문서들은 인터넷에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필요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잔금 치르는 날 필요한 문서들을 다시 꼼꼼히 정리하고, 등기를 위한 위임장에 도장을 받고, 열쇠를 넘겨받았다. 구청에서 취득세 신고를 하고 고지서를 받고 은행을 거쳐 등기소로 향했다.  


나와 같이 셀프등기를 하는 이들은 눈에 쉽게 띈다. 은행에서 채권금액과 인지 비용으로 문의하던 아주머니와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등기소에서 또 만나요~” 하는 인사를 남기고 내가 먼저 나왔다. 등기소에서도 민원담당자에게 2-3차례 물어보고 다시 검색하고 서류 작성도 띄엄띄엄이다. 반면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서류 가방을 들고 서류를 척척 작성하며 제출하던 이들은 아마도 법무사 사무소에서 나온 이들일 것이다. 


예전에는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들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돈을 줄일 수 있다면 나의 시간을 쏟아부으며 그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작성했다 생각하고 접수관에게 서류를 내밀었는데, 살펴보던 접수관이 신청서와 위임장의 등기원인일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잔금 일자 일 거라 생각했는데, 매매 계약서의 작성일이 해당 일자라고 한다. 두 군데 서류의 등기원인 일자를 줄로 긋고 새로 작성하라 한다. 등기신청서는 나의 도장이니 내가 찍으면 되는데, 위임장은 매도인 도장이니 매도인 도장이 다시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어쩔 수 없어 일단 접수를 해 놓기로 했다. 내일 등기관이 필요하다면 전화를 할 것이고 나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위임장을 예비로 받았어야 하는데..', '만일 다시 받아오라고 하면 할머니 계신 광명까지 갔다 와야 하나','우편 등기비용을 동봉하여 우편으로 보내볼까' 등등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나 같은 실수를 한 사람이 몇 있었다. 혹자는 '다시 받아야 한다', 혹자는 '그냥 넘어갈 것이다' 이들은 모두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했다. 혹시라도 등기관에게 전화가 걸려올까 봐 전화벨이 울리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받았다. 하루의 근무 시간이 끝나 가도록 전화가 오지 않았다. 


오케이! 나의 등기신청은 정상적으로 접수가 된 것이다! 


그 다음날까지도 등기소 전화가 뜨는지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나를 찾는 전화는 없었고 이렇게 첫 셀프등기는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혹시 누군가 셀프등기를 하고자 한다면 자신 있게 가이드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단, 예외 사항이 없다는 전제이다.) 완료된 등기필증을 찾아오며 이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더 시간을 쏟는 일만 남았다.


이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20180823


매거진의 이전글 3. 한옥에서의 하룻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