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나나 Oct 02. 2018

8. 환골탈태

환골탈태. 뼈를 바꾸고 태를 벗는다는 뜻으로 한옥 수리라는 것이 바로 이 말이구나 싶다.


먼지, 먼지. 흙 날리고 나무 먼지도 날리고 공사장은 쉴 틈 없다. 20181002


며칠을 쉬고 현장에 갔더니 기둥 하나는 새로 세우고 서까래와 대들보의 깎기는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이 집은 기둥 2개가 살짝 내려앉았고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집이었다. 그런데 벽과 바닥을 철거하니 가려져 있던 아랫부분은 썩어 없어진 것도 있었고 일부는 안전에 위험을 줄 정도로 하중을 버티지 못하는 기둥도 보였다.  


내려앉거나 기울어진 기둥은 주변에 보조 기둥을 세우면서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며 이를 드잡이라고 한다. 보조 기둥을 밀리미터 단위로 살짝살짝 높여가면 기와의 흙이 후두둑 떨어지기도 하는데 몇백 kg의 지붕을 이고서 그대로 기둥을 들어 올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조 기둥이 높아지면서 집의 구조가 조금씩 변하여 본래의 기둥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고 7cm나 들어 올린 것도 있었다. 기둥 아래의 빈자리엔 바닥에서 나온 구들장을 잘라 끼워 넣었다. 나무 깎는 소리도 심상치 않지만 돌 깎는 소리는 날카로운 굉음이라 현장에서 듣고 있기가 어려웠다. 맨손으로 돌을 들고 나르는 젊은 목수는 기어이 “고기 사 주세요!” 한다. 가끔 찾아갈 때 음료수며 먹을 것을 사들고 가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힘쓰는 일을 하기에는 약소해 보인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주춧돌 하나 기둥 하나에도 목수들의 땀방울이 맺혀 있으니 한옥은 사람이 짓는 집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드잡이하려는 기둥 주변에 보조기둥을 세우고 빨간 펌프와 철기둥을 움직여 조금씩 높이를 높여준다. 20180921


“나무는 숨만 쉬게 해 주면 백 년 넘어도 끄떡없어. 이렇게 시멘트로 싸 바르면 숨을 쉴 수가 없지. 공기와 만나도록 해 주어야 물을 만나도 다시 마르고 알아서 자기 몸을 유지한다니까!”


기둥이 올바르게 서 있는지 기울어지지는 않았는지 수직추를 늘어뜨려 확인한다. 20180921

우리 집의 한옥 구조물을 책임져 주시는 목수님의 말씀이다. 예전에는 지방의 사찰이나 문화재를 주로 작업하셨는데 요즘은 서울과 근교의 이런 생활한옥을 작업하신다 한다. 아무래도 도심의 다닥다닥 붙은 좁은 집들 사이의 작업 환경이 산속의 넓은 집처럼 쉽지 않을 터인데 주변 이웃의 불만도 알아서 넘겨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기둥을 고르게 맞추면서 동시에 나무의 깎기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전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나무 본래의 속살이 뽀얗게 드러나니 그 자태가 우아하고도 부드럽다. 이렇게 가끔 가서 보는 나는 예쁘다고 감탄하고 탄성을 남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날리는 먼지는 어마어마하다. 근처에 잠시만 있어도 안경이며 머리에 가루가 하얗게 앉는다. 아랫집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그래도 젊은 사람이 한옥 수리한다며 이 정도 먼지는 괜찮다 이야기해 주시면 손이라도 잡아드리며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기계로 할 수 없는 곳은 이렇게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20180927
도구들. 20180927



철거하던 날(위)과 오늘(20181001)의 모습. 좀 차이가 보이는지?


아직도 왜 하필 한옥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낡은 나무집”이 주는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그곳에 좋은 기운과 좋은 분위기가 녹아들기를 바라는... 

다락의 창틀은 재사용하기로 하여 곱게 다듬어 주고 있다. 20181001


매거진의 이전글 7. 집,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