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참 어려운 세상이다
숱한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시절,
나는 퇴근 후 한강을 뛰었다.
러닝엔 소질이 없었다.
단거리는 늘 꼴찌를 도맡았고, 장거리 역시 부족한 지구력 탓에 끝까지 완주한 기억이 없었다.
그런 내가 매주 두세 번은 한강에 나가서 6km를 꼬박 뛰었다.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수 년 전, 업무 강도가 높은 방송일을 쉬지 않고 일하다 건강에 무리가 온 적이 있었다. 좋아하던 방송일을 그만둘 정도로 당시 내 몸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내면은 피로와 통증을 자주 느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조차 힘에 부쳤다.
움직인 만큼 누워서 쉬어야 하는 날이 많아졌다.
벗어나고 싶었다. 깊은 무력감에서.
러닝을 하면서 두 가지를 얻게 되었다.
건강, 그리고 성취감이다.
처음 6KM 완주에 성공했을 때 느꼈던 보람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한 때 깊은 상실감을 자주 느꼈을 무렵에는 한강을 뛰고, 또 뛰었다. 점차 거리를 늘려가며 완주에 성공 했을 땐, 내일은 왠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몸이 힘들 정도로 숨 가쁘게 뛰다 보면 마음에 품었던 고민 또한 사사로워졌다.
집에 와서 따듯한 물에 씻고 침대에 누우면 뒤척이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곤 했다. 미약했던 내면은 러닝을 통해 조금씩 단단하게 빚어졌다.
요즘 들어 나는 다시 한강을 뛰고 있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참 어려운 세상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면서 생각한다.
몸이 힘들면 지금의 고민은 사사로워질 것이라고,
오늘의 고단함이 슬픔을 잠시나마 덮어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