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미소 장편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열 번의 기회를 얻게 된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기욤 뮈소 소설 특유의 로맨스와 타임랩스 장르의 결합, 마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 보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문체, 빠른 전개가 모여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예순을 바라보던 주인공 엘리엇은 권위 있는 외과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오래도록 품고 있던 아픔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 일리나를 사고로부터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엘리엇은 우연한 기회에 캄보디아에서 만난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열 개의 알약을 얻게 되고, 시간의 장벽을 넘어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순의 엘리엇은 과거의 자신인 서른의 엘리엇과 합심해 우여곡절 끝에 연인 일리나를 살려내지만 그의 과거에서 한 가지 사실이 뒤바뀌게 되면서 나비효과처럼 엘리엇의 삶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가장 바로 잡고 싶었던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결과 다시 연쇄적으로 또 다른 문제가 무더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인간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우리네 인생은 쉽게 바꿀 수 없고, 설령 변화시킨다고 하더라도 결코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라고 조언한다.
삶에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회환이 깃들기 마련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개선시킬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이 혼신의 힘을 다해 운명을 바꿔보려 했지만 결국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욤 미소는 이러한 진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삶을 진정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소설의 한 페이지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사랑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나 역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두엇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작년에 작고(作故)하신 외할머니. 그리고 만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스물여덟의 빛나던 당신.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글 중에 깊게 공감하는 한 문장이 있다. <우리를 더 아프게 하는 건 눈 앞에 있는 것보다 떠난 것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제 이런 경험은 더 자주 찾아올 것 같다. 그때마다 분명 휘청이겠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미리 힘을 기르려고 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실수나 회환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