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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우물 May 01. 2022

뜨거운 성장통을 겪은 당신, 잘 버텨줘서 고마워요

-화상환자 지원 캠페인, <온(溫)택트>


내가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 중에는 'CSR'이 있다.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자인 CSR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현재 모발이식 시장 1위 병원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사람을 돕는 따뜻한 의술의 힘'이라는 키 메시지 아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온(溫)택트> 캠페인이 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자 따뜻할 '온(溫)'을 더했다.


코로나19가 격상하면서 일상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 상에서 얼마든지 선행을 실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캠페인을 기획했다. 캠페인 대상자는 모발이식이 필요한 저소득층이나 콤플렉스로 고민인 사람, 화상 흉터, 구순구개열 흉터와 같은 외적 상처 등을 입어 치료가 힘든 사회 취약계층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1차 서류심사, 2차 심층 인터뷰, 3차 내부 회의를 거쳐 분기별로 한 명씩 선정한다.


일반인들이 <()택트> 캠페인에 선정된 대상자를 돕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병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회공헌 대상자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한  '좋아요' '응원의 댓글' 남기면 된다. '좋아요' 1개당 10, '응원 댓글' 1개당 20모의 모발이 사회공헌 대상자의 수술에 기부된다.  


2021년 부터 지금까지 <온(溫)택트> 캠페인을 통해 총 5명의 화상 환자가 수술을 지원받았다. 그들 중 유독 마음이 가던 대상자는 스물 셋의 대학생 소영이였다.


사회복지사학이 전공인 소영이는 평소 리더십 있고 도전정신이 강한 성격으로, 학교 동아리 부회장 활동을 역임하고 있고, 전공을 살려 지역 기관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멘토링을 진행했었다. 또, 취미로 댄스학원에 다니며 연말에는 친구들과 공연을 열기도 하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친구였다.


소영이는 세 살 무렵 교통사고로 얼굴과 두피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십 수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화상 흉터 치료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신체 곳곳에는 화상의 잔흔이 남아있고, 치료를 위해 장기간 복용한 약은 어린 소녀에게 탈모를 유발시켰다. 화상 환자도 모발이식 수술이 가능한지 몰랐던 소영이는 화상 흉터 치료 지원을 받던 재단의 소개로  모발이식 수술 지원 캠페인 <온(溫)택트>에 지원하게 되었다.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소영이처럼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모발이식은 그 아이가 더 큰 꿈을 꾸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온(溫)택트 캠페인> 시즌 3의 대상자로 선정했다.


실제로 만난 소영이는 머리와 얼굴에 심한 화상흉터가 있었고, 흉터 탓에 모발이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하지만 소영이는 흉터를 가리고 다니지 않았다. 화상 흉터가 어떨 때 신경 쓰이냐는 질문에 소영이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 화상 흉터가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아요. 사실 큰 상처가 있다고 해서 꼭 숨겨야 하거나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지금의 제 모습이 좋아요."


햇살처럼 눈부시게 웃는 소영이의 모습에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겪었을 뜨거운 성장통을 생각하니, 그 숫한 시련들을 잘 이겨내고 멋진 성인이 된 소영이가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소영이는 모발이식 수술을 통해 달라질 자신의 모습도 기대가 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를 가진 다른 분들께 자신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화상 흉터가 있으면 모발이식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발이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두피에 남은 흉터는 정상 두피 조직에 비해 질기고 단단하면서 두꺼운 섬유 조직으로 대체돼 있고 특히 혈관, 피하지방 등의 상실로 인해 일반 두피 조직보다 수술 방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발이식 수술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모발이식이 필요한 분들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병원이 되도록 CSR 프로젝트의 총괄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상처로 고통받는 분들의 성장통이 멈출 수 있도록, 이 캠페인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만일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이 캠페인을 알려 주셨으면 한다.



[소영이 인터뷰 영상 시청하기]

https://youtu.be/89Me5BFmqB8

사회공헌 캠페인 <온(溫)택트> 시즌 3 박소영


매거진의 이전글 할무이가 물리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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