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 창조하기
인턴 시기를 지나 페이히어의 People &Culture 담당자가 되면서, 그리고 인력 충원이 우리 회사의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채용이 중요해졌다. 그 전에는 채용이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외부 채용 사례가 적었기 때문에 어떤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아주 중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인력이 점점 많이 필요해졌고,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서 프로세스 정립의 필요성 역시 커졌다.
채용의 최종 목적지를 최종 합격이라고 본다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필요한 포지션에 대한 역할을 확립한 후 공고 작성 > 채용 플랫폼 선정 및 채용 공고 게시 > 신규 지원자 공유 및 관리(합격 및 불합격 통보) > 면접 프로세스(일정 조율, 준비, 진행) > 결과 통보까지.
기존에는 채용이 필요한 포지션이 있으면 공고를 올려서 게시하고, 유선으로 결과 여부를 알리고, 면접을 진행하고, 합격을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을 했는데 이 과정을 정리한 문서나, 명확한 체계가 없었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관련 분들만 알고 계시거나, 구두로 이야기하고 진행이 되어서 어떤 식으로 채용이 되는지 정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채용 공고도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개선이 필요했다.
위에서 언급한 최종 합격까지의 과정을 세분화하여 필요한 액션들을 고민했고, 하나씩 만들어갔다.
1) 공고 작성
잠재적 지원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될 요소다. 관심 직무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회사 소개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지원자가 회사와 직무를 러프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존에 작성된 공고는 지원자가 회사와 직무를 파악하는데 조금 불친절한 부분이 있었고, 회사 소개 부분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여러 타사 채용 공고들을 리서치하면서 추가적으로 포함되면 좋을 내용이나 형식들을 참고했고, 성과나 복지 차원에서 업데이트된 부분도 추가하여 다듬었다. 물론 큰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눈에 띄는, 재밌는, 인상적인’ 공고는 아닐지라도, 지금 단계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개선하였다.
2) 채용 플랫폼 선정 및 채용 공고 게시
기존에 이용하던 플랫폼인 원티드, 로켓펀치, 사람인은 그대로 가져갔고, 1분기에 제작한 회사 노션 페이지에 추가적으로 공고를 게시했다. 포지션의 성격에 따라 플랫폼에 적합하게 등록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예를 들면 CS 포지션은 원티드보단 사람인에 적합하다.
3) 신규 지원자 공유 및 관리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운영 CS 등 다양한 직군의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이 다양하게 늘어났고, 서로 다른 채용 플랫폼에서 파편적으로 지원자들이 생겼다. 따라서 플랫폼별, 포지션별로 지원자들을 관리하는 요소가 필요했다. 채용의 경우 개인정보의 이슈가 있어, 처음엔 슬랙을 통해 포지션별로 리쿠르팅 채널을 만들어 신규 지원자들이 생길 때마다 내가 공유하는 방식을 진행했다.
내가 신규 지원자들을 공유해드리면 관련 업무 동료들이 이력서를 확인하고, 다음 프로세스 진행에 대한 개별 리뷰를 쓰레드(댓글)로 달았다.
이렇게 진행을 하다 보니 일 진행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효율적으로 되지도 않았다. 동료들이 모든 지원자 분들을 한 분씩 꼼꼼히 확인하다보니, 신규 지원자들이 계속해서 쌓이면 이력서가 위로 밀릴 뿐 아니라 플랫폼별로 지원자 관리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았다. 그저 수작업으로 지원자를 공유하는 공간만을 만들어놓은 느낌이었다. 결과에 대한 안내도 내 노트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좀 더 효율적인 업무와 관리를 위해, 노션으로 관리 시트를 만들어 적극 활용해보고자 했다. 노션 보드 템플릿을 활용하여 서류 전형, 1차 직무 면접, 2차 직무 면접, 최종 합격, 불합격 탭을 설정하고 각 카드에 지원자 정보 및 프로세스 진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개선을 하고 보니 지원자들이 어떤 전형 상태에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슬랙 채널로 볼 때 생겼던 불편함과 비효율성이 줄었다.
4) 면접 프로세스
채용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면접이라는 자리를 통해 지원자 분을 좀 더 파악할 수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제공하는 면접 경험이 지원자 분에게 좋은, 혹은 안 좋은 경험을 드릴 수 있기에 잘 설계된 면접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면접 진행에 앞서, 면접 진행을 위한 체계화가 먼저 필요했다. 서류 합격을 하신 지원자 분의 원활한 면접 참석과 안내를 위해, 합격 통보와 안내 사항을 담은 메일 알고리즘을 짰다. 서류 합격 안내, 1차/2차 면접 합격 및 불합격 안내, 최종 합격 안내 등 채용 프로세스 안에서 필요한 과정들을 단계별로 생각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그리고 친절히 안내하기 위해 나만의 워딩을 고민하고 작성했다.
내부적으로 면접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준기님의 도움으로 면접 일정만을 볼 수 있는 인터뷰 캘린더를 만들었고, 면접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스케줄에 따라 면접 일정 조율도 담당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면접 일정이 별로 없었고, 내가 p&c를 맡게 된 이후부터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면접 일정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막상 면접에 들어가셔서 진행하는 경험들이 모두 달랐고, 내가 외부적인 요인들을 만들어놓았지만 내부적인 부분은 아직 만들어가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내부적으로 통일된 면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인터뷰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이드 제작 목적을 시작으로, 포지션과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세스들, 포지션별로 진행되는 특정 프로세스들을 정리하고 만들어 전사에 공유했다.
내가 만든 것은 가이드일 뿐 정답이 아니고, 가이드가 있어도 사람마다 제공하는 면접 경험은 여전히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통일된 면접 경험을 위해 첫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면접에 들어가서 지원자 분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면접에 참여하셨던 동료 분들을 ‘함께하고 싶은 동료’라고 생각을 많이 하신다고 한다. 꽤 좋은 면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5) 결과 통보
결과 통보는 대부분 메일로 진행했다. 결과의 내용에 맞게 내용을 구성하고, 적절한 시기에 지원자 분들에게 안내해드렸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친절과 공손함!
채용 프로세스를 정립해가면서 ‘채용’이라는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갔고, 현재는 이 프로세스 안에서 여러 부분들을 개선해가며 운영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갈 당시에는 없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기에 큰 틀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채용을 잘하기 위해 더 세세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프로세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돌아보면 새로운 사람을 채용함에 있어서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체계의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P&C에 이제 뛰어든 내가 스타트업 채용의 처음을 다져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내가 만든 기반을 중심으로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아주 가끔씩 뿌듯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체계와는 별개로 채용은 늘 어렵고, 좋은 채용은 더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이 중요한 조직에서 내가 그 중심에 있을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페이히어만의 최고의 지원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부단히 공부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고민해보려 한다. 나에게 주어진 어렵지만 재밌는 미션 중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