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의 구경하기, 그리고 참여하기
주니어의 입장에서, 리더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사에서 매주 진행하는 주간 회의는 각 팀의 리더들이 어떻게 팀을 이끌어 가고 일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원래부터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각 팀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팀 별 업무 상황이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 문제점이 회고 자리에서 이야기되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간 회의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고정된 참석자는 각 팀 별 리더인데, 리더가 아닌 사람도 주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신청을 받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나의 입장에서 주간 회의는 우리 회사의 다른 조직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리더들의 회의 방식은 어떠한지, 우리 회사의 방향성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주간 회의의 참여자를 모집할 때 참석 신청을 했다.
주간 회의는 프로덕트 팀, 운영 팀, 마케팅 팀의 리더들이 모여 진행되었다. 준기님이 중요한 미팅의 내용을 공유해주시고, 그 외에 전체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사항을 말씀해주신 후엔 각 팀별로 돌아가면서 현황 공유를 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현황은 팀별 지표를 기준으로 공유되었고, 각 팀 간에 함께 이야기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적으로 논의했다. 예를 들어 운영팀과 프로덕트 팀 사이에서 맞추고 논의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먼저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지표를 만들기 위한 대처 방안, 회사 전략, 채용 현황, 변경될 자리 배치 등 크고 작은 내용들이 함께 이야기되었다. 어떤 특정 팀을 타겟해서 논의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필요한 내용들이 오고 갔다.
주간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약 한 달 후에 다시 참석해보았다. 이 때도 형식은 비슷했다. 팀별로 돌아가면서 현황을 공유하고, 우리가 앞으로 봐야 할 새로운 지표가 있다면 어떻게 파악해서 추적해갈지 논의하고, 중요한 미팅 내용이 있다면 공유되었다.
주간 회의는 팀 별 업무 상황이 이전에 비해 더 잘 공유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주간 회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그렇지만 몇 번의 주간 회의 참석을 통해 느낀 것은, 각 팀을 개별적으로 보기보다는 팀 간의 업무들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조합하고 페이히어라는 조직을 어떻게 더 유기적인 조직으로 만들어갈지 논의되는 장이라는 것이다. 주간 회의 진행 방식이나 각 팀별로 돌아가며 이야기되는 내용들이 어떤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회의 내에서 공유되는 많은 내용들이 모여 더 짜임새 있는 협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주간 회의는 본인의 팀을 이끄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팀의 현황을 같이 파악하고, 팀 간 소통을 더 잘되게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인 것이다.
주간 회의를 시행한지도 어느덧 3개월이 훌쩍 넘은 지금, 이젠 우리가 일하는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회의 자체도 이전보다 꽤 체계화되었다. 이전에 운영팀, 마케팅팀, 프로덕트팀(백엔드, 프론트엔드팀)으로만 이루어져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는 운영 팀, 비즈니스 팀, 퍼포먼스 마케팅 팀, 개발 팀(백엔드, 프론트엔드 팀), 디자인 팀, 그리고 staff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팀원이 많아지고 팀도 명확히 나뉘면서 더 다양한 분들이 모여 주간 회의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staff 팀을 대표해서 주간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어떤 리더의 위치에서 참여하고 있는 건 아니다. 타 조직에 비해 staff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P&C, 경영지원, 기업운영 등), 나는 우리 팀원들의 업무를 하나로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taff 팀에 소속된 동료들이 모두 다른 포지션에 있는 건 맞지만, 더 큰 관점에서 staff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팀이기 때문에 주간 회의 같은 자리에서는 좀 더 align 된 형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관찰자의 입장이었다가 이제 참여자의 입장이 되면서, 주간 회의에 참석하는 기분과 마음가짐은 꽤 달라졌다. 이전에는 우리 회사를 좀 더 알아가고, 리더들의 업무 방식을 배우고 싶었다면, 이제는 여기에서 나아가 staff 팀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더해졌다. 리더의 자질 중 하나로 팀원들의 업무 상황 파악과 일정 관리는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내 업무만큼 다른 동료들의 업무를 들여다보는 노력과, 동시에 나는 미래에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도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주간 회의에 계속적으로 참여하며 관찰하고 싶은 요소 중 하나는 다각성이다. staff 팀의 현황만 공유하면 마음 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팀의 동료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합을 맞춰 가는지, 우리 회사는 어떻게 다각적으로 협업하고 있는지, 꾸준히 관찰하고 싶다.
P&C 매니저로서 실무에 집중하다 보면, P&C 이외의 직군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회사는 어떻게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매일 진행하는 데일리 미팅에서 각자의 업무를 공유하기는 하지만, 유기적인 성격보다 개별적인 성격이 강한 미팅이다 보니 숲의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나만의) 아쉬움을 주간 회의에서 꽤 해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젠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부담이 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건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느낀다. 지금은 실무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가까운 미래에 리드의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모든 과정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자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한다. 페이히어에서 주어지는 크고 작은 기회들이 모여 미래의 나를 만들고 페이히어의 한 모습 중 하나로 녹아들 것이라고 믿으면, 내가 이 회사에 몰입하고 투자하는 시간들이 참으로 가치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