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GDI 잉디 Jul 24. 2023

그동안 변한 것, 변하고 있는 것, 변하지 않은 것

지난 글을 쓴 지도 벌써 7개월이 넘었다. 늘 마음 한편에서 글을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계속 미뤄만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올해 상반기에는 유난히 글쓰기 대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기보다는,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써 내려가고 싶었던 주제가 특별히 생기지 않았을 만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차분히 내 생각을 정리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가끔씩 글에 대한 주제가 떠오르긴 했었는데, 그 주제에 대해서 적어만 두고 스스로 생각의 정리를 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나 스스로 글쓰기에 대한 우선순위를 암묵적으로 낮추고 머릿속에서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 싶기도 하다. 


어느덧 2023년의 하반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지난날들을 정리해 보면, 페이히어의 1년 차, 2년 차 보다 현재 3년 차로 접어들수록 점점 더 큰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초기에는 회사를 가는 게 마냥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즐거움은 일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더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즐거움은 아직도 충분히 있지만, 요즘은 혹시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실수하지는 않을까, 내가 구성원들에게 하는 말들이 어떤 영향을 줄까 등의 부담감을 더 많이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큰 영향력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좋은 신호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긍정 회로는 최대한 돌리려고 하는 중이다.


실제로 최근에 실수도 많이 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성향상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실수를 해도 다음에 안 하면 되지,라고 쿨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그런 여유를 가지기엔 스스로가 단단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조금 놀랐던 것은, 이런 내 모습을 동료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동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걸 스스로 고쳐야 할지,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태연한 척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될 때도 있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성향이라 쉽게 고치기엔 어려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 조금 더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조금씩 필요해지는 것 같다.


페이히어에 합류한 지도 어느덧 2년 8개월, 이제 3년을 앞두고 있다. 내가 올해 상반기에 느낀 페이히어는 변화에 꽤 유연한 조직이라는 것이었다. 1년 차, 2년 차일 때보다 올해 3년 차일 때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고, 그 변화와 혼란 속에서도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는 회사를 보았다. 회사 규모가 다각적으로 커지면서 변화를 주기에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조직임을 느끼고 있다. 


요즘 회사와 나에 대해서 느끼는 것들을 하나씩 모아보니 변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들, 그리고 변화 중인 것들이 있고, 시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1) 변한 것

조직 규모가 확실히 변했다. 어느덧 150명을 넘어 200명을 바라보고 있고, 올해 봄에 시리즈 B 투자도 무사히 마무리되면서 기업 가치도 높아졌다. 회사에 있으면 이제는 정말 회사 같다는 것을 느낀다. 한두 달 전에 오피스를 (또) 확장하면서 물리적인 공간도 넓어졌고, 새로 오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팀인 나 조차도 누가 어떤 분인지 단번에 모를 때도 있다.


 프로 사무실 확장러 페이히어


각 조직별로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단순했던 조직 구조가 이제는 조금 더 세분화되었고, 기능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최근에 조직 구조를 다시 정리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마쳤는데, 새삼 조직이 커지고 다양해졌구나 생각이 들었었다.


이전에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중간 리더의 역할도 이제는 점점 필요해지고 있어 일부 조직에서는 중간 리더를 두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역할과 조직 구조의 변화도 있는 편이다. 초기보다 오히려 요즘 조직의 이동 및 변화가 더 유연한 것 같은 느낌이다. A라는 조직에 속해있던 팀이 B라는 조직에 있는 것이 업무 성격 및 협업 관계 등 측면에서 더 맞겠다고 생각이 되면 이동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소속 팀 리더가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주요 변화들이 혼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의 적응과 과도기를 지나고 나니 안정화가 되어 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 


회사가 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재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덤이다. 이전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회사를 찾아주시고 있고, 감사하게도 훌륭한 분들과 함께 페이히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연차나 경력이 마냥 중요한 건 아니지만, 배울 수 있는 분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나는 건 회사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2) 변하고 있는 것

조직은 각 타임라인 별로 맞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체계를 마냥 따라 한다고 잘 워킹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페이히어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운영했던 제도가 현재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타임라인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제도와 문화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지키고 싶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가이드 하에 다 함께 지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도 변화에 맞춰서 변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았던 제도에 어떤 기준을 추가하기도 하고, 애매하게 두었던 부분에 명확함을 더하기도 하고, 없었던 정책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이 어긋나지 않도록, 다양한 케이스를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전반적으로 제도, 정책이나 문화에 촘촘함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하반기의 타임라인, 2024년의 타임라인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회사가 변하면서 내가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내 마음가짐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길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있다. 얼마 전에 내부에 계신 구성원 분과 1on1을 하면서, 그분은 회사에서 재밌게 놀고 있다는 표현을 쓰셨다. 그 ‘논다’는 표현이 회사에 편하게 놀러 다닌다의 의미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그 분만의 표현이었다. 오랜 경험이 있으신 분이셨지만, 그 ‘논다’는 표현에서 노련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떻게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일에 대한 강박관념과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스스로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나 스스로 아직 역량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회사의 인재 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나 스스로도 프로 의식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들고 있고,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조금씩 하고 있는 중이다. 점점 프로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여유도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3) 변하지 않은 것

페이히어는 지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성장했다. 성장 속도의 기울기가 완만해질 때도 있지만, 늘 양(+)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어려워지고 많은 스타트업의 상황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페이히어는 굳건했고, 지금도 성장의 흐름 속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 페이히어를 사용하고 있는 매장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우리의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경험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감회가 참 새롭다. 

예전에는 우리가 B2B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우리 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잠재적 지원자, 외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물론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페이히어라는 서비스가 구성원으로서 참 매력적인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서비스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주체이기보다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주체이지만, 우리가 평소 데일리 라이프에서 수없이 경험하는 매장 방문의 경험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걸 인지하고 있는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매장 방문의 경험이 색달라진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부분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나도 페이히어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것을 바꾸어 가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고, 이 여정을 초기부터 지금까지 봐 올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회사가 커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수록 내외부적으로 주목과 시선을 받게 되고, 달고도 쓴 의견들을 내외부적으로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새삼 회사가 업계에서 가진 영향력이 다르게 느껴지고, 내부에 있는 구성원으로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영향력과 변화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굉장히 좋은 경험인 것 같으면서도, 회사 내에 알게 모르게 풍기는 회사의 무게감이 어색할 때도 있다. 이제는 정말 어엿한 회사로 성장했기에, 이제는 좀 더 신중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공격성은 페이히어의 매력이자 강점인 것 같다. 




쭉 정리를 해보니 느낀 점은, 내가 변화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페이히어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으면서 변화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보았고, 변화라는 것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초기에는 어색하고 방어적일 수 있지만, 사람은 금방 또 적응한다. 물론 해오던 대로 했을 때 가장 성과가 좋고, 잘한다면 변화가 필요하겠냐마는, 때론 과감한 변화와 결정이 새로운 경험과 길로 열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