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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Nov 07. 2023

우리 엄마 반찬은 맵고 짜고 달다

"엄마 건강하게 좀 먹자! 아빠도 자꾸 맵고 짜게 먹으면 몸 상한다~"


엄마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엄마의 밥상이 제육볶음, 김치찌개, 어묵볶음, 계란말이라면 요즘에 나는 가지나물, 버섯구이, 콩나물국을 먹기 때문이다. 엄마와는 24살부터 따로 살기 시작했다. 이르다면 이른 나이이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엄마와의 분리이다.


엄마가 주는 밥상에 길들여진 나는 그동안 고기나 햄 없인 밥을 잘 먹지 않았고, 아빠가 채소가게를 하는데도 야채를 싫어했다. 심지어 엄마가 밥을 다 해놓아도 라면을 끓여 먹는 날이 많았다. 나의 식습관은 맵고 짜고 단 것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엄마와의 분리는 몸만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생활습관, 감정, 식습관 등 엄마로부터 받은 것이 나의 것으로 세워지기 시작하는 일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변화는 밥상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극으로 길들여진 입맛이 심심하게 변하였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라면을 밥처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건강한 집밥을 해 먹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줄인 것은 새빨간 음식이었다. 그러니깐 오징어볶음, 김치찌개, 제육볶음과 같이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다시다를 담뿍 넣고 맛나게 요리해 낸 엄마의 반찬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나물 위주의 식사와 된장찌개를 식탁에 올렸다. 옛날 같으면 손도 가지 않던 반찬인데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은 나물 밖에 없으니 세상 나물이 맛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물 본연의 향과 고소한 참기름 내 천천히 꼭꼭 씹다 보니 건강하게 먹는 재미를 발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집으로 가서 차려준 밥을 먹는데 밥상이 낯설게 느껴졌다. 콩나물 무침, 국, 어묵볶음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드문 게 아닌가. 엄마가 말하길 이렇게 안 하면 아빠가 잘 먹지 않는다고. 건강하게 먹게 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엄마의 밥상을 보니 아빠도 엄마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집에 올 때마다 나잇살이 붙어있는 우리 엄마 아빠. 먹는 것을 잘 조절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어찌나 들던지.


엄마도 처음부터 자극적인 반찬을 해준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최애 반찬은 미역줄거리와 고사리였다. 여느 어머니가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나의 엄마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를 마음 다 해 바라며 영양소를 고루 갖춘 밥상을 차려주었다. 콩밥, 나물, 된장과 같이. 그러던 어느 날 집이 기울면서 엄마가 전업주부에서 맞벌이로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와 동생 밥을 챙겨준다고 반찬을 꼭 해두었는데 잘 먹지 않으니 맛있는 반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고 쉽고 아이가 잘 먹는 맵고 짜고 단 반찬들. 어떻게라도 밥을 먹기도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같이 건강하게 먹자! 아빠도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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