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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Oct 24. 2023

강아지 키우는 사람은 땅을 보며 걷는다

구름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뭘 질문하든 답변이 달리는 게 신기해서 별 것을 다 질문하곤 했다. 그 당시 구름을 키우고 싶은 생각에 구름 만드는 법을 물어보곤 했다. 구름을 손에  얹고 쓰다듬어주고 싶었달까.


어렸을 적부터 구름을 좋아했다. 처음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낀 것도 과학책에서 구름 생성 원리를 보았을 때부터였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읽고 있던 날 창 밖을 보니 땅에서부터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는데 구름이 둥둥 떠있었다.


나는 보통 하늘을 보며 걷는다. 가다가 예쁜 구름이 있으면 멈춰서 사진을 꼭 찍는다. 바쁘더라도 마음을 사로잡는 구름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데 포니와 살면서 고개가 점점 내려가게 되었다. 산책 중에는 항상 포니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진 않는지, 바닥에 이상한 것이 떨어져 있진 않은지 살피느라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바닥을 보며 걷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네에 10년 이상을 살았는데 몰랐던 길도, 상점도 많았다. 같은 위치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나무나 화단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가끔은 작은 동물들의 죽음도 보았다. 잠이 든 것만 같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참새를 보며 영원한 잠을 생각하곤 했다. 죽고 나고를 보는 것은 하늘을 보는 것만큼이나 나에게 많은 생각을 주었다. 요즘엔 혼자서도 지나가는 사람과 땅에 있는 것을 보며 걷는다.


아주 슬프지만 시간이 흘러 포니가 하늘로 가게 되는 날을 떠올려본다. 난 그때가 되어서야 다시 고개를 들고 포니 닮은 구름을 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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