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가 오고 6개월간은 서로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포니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산책, 옷 입기, 귀 청소, 목욕, 빗질 전부 다 싫어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유독 포니가 날카로운 날이 있었다. 나와 포니 둘이 집에 있는 날이었다. 함께 놀고 간식도 먹으며 아침까지 사이좋게 지냈다. 우리는 오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빗질을 해주려고 했는데 입에 넣어버려서 못하게 했다.
머리 한 번만 넘기자. 나중에 엉키면 더 아파.
평소보다 어려운 빗질이었다. 한 김에 귀 청소도 해주려고 하였다. 귀약 냄새가 싫은 건지 그 차가운 느낌이 싫은 것인지, 귀 청소는 빗질보다 더 싫어했다. 아주 앙칼진 소리를 내며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러다 귓병 나면 어쩔 거야 기다려야지! 나도 하기 싫어.
두 차례의 씨름이 끝나고 산책을 하기 위해 옷을 입혔다. 빨리 나가려고 최대한 헐렁한 옷으로 골랐다. 어차피 나가도 꿈쩍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나갔다.
바로 집 앞에 내려주면 강력한 회귀본능으로 곧장 집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안고 나갔다. 집이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포니를 내려주었다. 역시나 움직이지 않았다.
포니야, 이리 와. 좀 걸어보자.
포니는 추위 속에서 덜덜 떨 뿐이었다. 5분 정도 서 있었을까. 이것도 저것도 싫어하는 포니가 답답해 착잡한 마음으로 집에 갔다. 산책을 갔다 오면 발을 씻어주는데 오늘따라 더 화를 냈다.
아유 기다려 닦아야지.
계속된 포니의 앙칼짐에 나도 화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강아지에게 화를 내겠는가. 그냥 발 닦여주고 쉴 수 있게 이불을 펴주었다. 포니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고 드러누웠다.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기운이 빠졌다. 지친 상태로 누워있다가 포니를 보았다. 맙소사, 이불에 오줌을 쌌다. 배변훈련이 어느 정도 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디다가 볼일을 봐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괘씸했던 포니였을까. 보란 듯이 이불을 적셔버렸다.
오줌까지 보니 막막해졌다. 잠시 멍을 때리다 이불을 빨아야겠다 싶어서 뺏는데 포니가 공중에 있었다. 이불 위에 누워 있던 것이었다. 감정에 져버린 나는 포니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불을 정말 힘껏 당겼다. 포니는 이불을 따라 굴러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처음 듣는 굉음을 냈다. 놀랐는지 앉은 자세로 앞발을 끌어 배변 패드로 가버렸다. 이 광경 앞에서 목이 뻣뻣해졌고 볼부터 귀까지 달아올랐다. 몸이 굳었다. 울고 있는 포니의 모습만 보이고 소리만 들렸다.
그날 포니의 울음과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나와 떨어지기 위해 배변 패드로 간 포니에게 다가갈 수도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포니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앞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울다가 진정했는지 자신의 집 속으로 들어갔다.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집으로 들어간 순간에 눈물이 났다. 그깟 이불에 오줌 싼 게 뭐라고 화풀이하듯이 이불을 빼버린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차마 포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다 보니 어두워졌다. 포니도 진정하고 나도 울음을 그쳤다. 포니를 불러서 조심스럽게 안았다. 포니와 맨살을 맞대었다. 불 꺼진 방에서는 포니의 따듯함만 느껴졌다. 안고 있으니 또 눈물이 흘렀다.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산책하기 싫어도 되고, 짜증 내도 되고, 배변패드에 오줌 잘 못 싸도 되니 나를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눈이 퉁퉁 부은 채 오랜 시간 안고 있었다. 후에 병원 가서 알았는데 포니는 천문이 다 닫히지 않아 머리를 부딪히면 안 되었다. 이날 깨달았다. 화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화를 뱉으면 시원한 것 같지만 화가 나간 자리에 더 무서운 것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일이 있었던 후, 마음을 놓았다. 그냥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난 뒤 포니의 거부반응이 점점 줄었다. ‘왜 그러지’ 보단 ‘그렇구나’ 생각하기. 내가 포니에게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