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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레바람 Jan 15. 2020

몸, 내 삶의 오래된 화두에 관하여

몸에 관한 무수한 질문들. 다이어트, 탈코르셋, 키토제닉,  비건?

나의 몸은 오랜 시간 동안 내 삶의 중요한 화두이자 끝나지 않는 숙제였다.


체지방이나 근육량과는 상관없이 체중계에 올라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몸무게 수치에 일희일비했고, 청바지 지퍼를 잠갔을 때 물렁한 뱃살이 흘러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두꺼운 허벅지 대신 얇은 종아리를 강조하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자주 입었다.


시대는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탈코르셋을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 하는 가치 판단 너머에서 여전히 평소보다 살이 찌면 다시 빼기 위해 애를 쓰고, 적당히 균형 잡힌 늘씬한 몸을 갖기 위해 식단을 조절한다.




나는 164센치이며, 몸무게는 단순히 수치 상으로만 보면, 마른 편이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소위 "건강 몸무게"보다 많이 적게 나가고 "미용 몸무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덜 나간다. 그러나 나는 마른 비만의 체형을 가지고 있다. 운동으로 만든 몸이 아니기에 여전히 바지 위로 뱃살이 튀어나오고 엉덩이도 처졌으며 허벅지는 서로 붙어 있다.


나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왜 나는 나의 키는 거리낌없이 밝히면서 몸무게는 여기에 공개하기를 주저하는가?

이렇게 내가 인식하는 내 몸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할수록 나는 왜 부끄러워지는 걸까?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살을 뺀다'고 하는데 왜 주위에서는 그걸 안 좋게 볼까?

여자가 건강 상 이유가 아니라 외모를 가꾸기 위한 목적으로 다이어트하는 건 코르셋에 갇힌, 시대를 역행하는 태도인 걸까?

"올바른 식단"이란 무엇일까? 키토제닉이 내 몸에 딱 맞는 것 같은데, 고기 위주의 식사로만 챙겨 먹다 보면, 동물권은 어떡하지?



답을 구해본다고 책도 여러 권 읽어보았다.

   

몸에 대한 혐오와 수치심에 대한 호기심으로 마사 너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을 두 달간 붙들고 읽기도 했고 (*책은 이 주제를 군데군데 언급하긴 하지만 훨씬 더 다루는 범위가 넓다),


<나쁜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록산 게이의 또 다른 저서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에서 과체중 여성의 솔직한 고백을 접하기도 했다.


키토제닉 식단(저탄고지)의 원리가 궁금하여 방탄커피의 창시자인 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단>도 읽었고

그러다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김한민 작가 편에서 비건을 접하고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




'몸'이라는 화제는 나에겐 굉장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주제였기에 아주 오래 동안 혼자 앓으며 고민하고 공부해왔다. 중학교 2학년 때(15세) 처음 '다이어트'라는 걸 시도해보았는데, 어느덧 30대 중간 지점(35세)에 들어섰다. 20년 동안 질질 끌고 온 숙제를 2020년을 맞아 처음으로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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