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잘하는 퇴사 후 창업 스토리
'퇴사 후 창업'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과 소속감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길로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물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그런 이야기들은 나름 성공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세상에 공개되었을 것이다.
누구나 남의 회사에서 눈치 밥 먹으면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지는않을 것이다. 마흔을 곧 앞둔 나 역시 중년 이후의 삶이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 여기저기 관심 가질만한 일을 찾으려고 기웃거리는 편이다. 하지만 창의력이 딸리는 수준이라서 조금 앞서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교훈 삼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접하기 쉬운 방법으로 '퇴사 후 창업' 관련하여 출간 된 도서들을 여러 권 읽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농담 식으로 시작한 카페 창업 스토리 부터 자신의 전공을 살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 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하여 전원주택을 짓고 아이들과 마당에서 뛰어 노는 사진들까지. 게다가 얼마 전에는 지인 소개로 내가 가장 읽기 싫어하는 '열정' 운운하는 자기계발서 류의 저자(회사원이면서 작가)와의 만남까지도 다녀왔다. 어째튼 참 부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 너 잘났다... 그래도 부럽다.
항상 여기까지였다. 그들의 스토리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현실로 컴백하면 그들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밀려왔다.
나도 가보고 싶었지만 발걸음 조차 떼어 보지 못했던 그 길을 누군가는 헤쳐 걸어나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 할 '빡센' 과정을 거쳤을 텐데...
괜한 질투심에 단지 부럽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루저'이고 찌질스러움을 느낀다.
대부분 거창한 스토리도 아니고 꼭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짬을 내서 관심을 갖고 꾸준함을 이어 왔다는 거다.
내가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조금 부지런하게 그 무엇인가를 조금 씩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례로 '브런치 작가'로 시작해서 개인 저서를 출판하여 독자와 만남도 하고 책 내용으로 강의도 하시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계시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일에 진정한 관심과 꾸준함을 가질 수 있을까?
며칠 전에도 이와 비슷한 류의 책을 한 권 또 구매했다. 어차피 예상이 되는 스토리였지만 끌리는 내용이었다.
아직 완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 같이 회사생활을 하는 일반 직장인이 "술집"을 오픈하는 내용이다. 단지 퇴사하고 개인 매장을 오픈하여 장사를 하는 스토리가 아니라서 책을 구매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애주가로 자신이 원하는 술 마시는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여 단순히 술집이 아닌 독특한 컨셉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었다. 장사라고는 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 애주가 회사원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매장을 하나, 둘 오픈 해 가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한 얼핏 보면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나 역시 이런 생각을 왜 안 해봤겠는가. 항상 술 마실 장소를 고를 때마다 신중히 골랐다. 술도 내가 좋아하는 술과 그에 맞는 안주가 잘 매칭 되는 메뉴가 구비된 곳으로 같이 마시는 멤버들과 충분히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또 집에 지인들을 자주 초대해서 호스트로 다양한 종류의 술과 메뉴를 직접 준비하는 그 일에 몰두할 때 아주 보람찬 희열을 느낀다. 이런 마음으로 내가 직접 호스트 할 수 있는 술집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만은 항상 굴뚝 같다. 아마 술에 대한 애착이라면 이 책을 쓴 저자 보다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와 분명하게 다른 한 가지 차이는 나는 그냥 술자리를 좋아만 한 것이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좋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진화 시킨 것일 게다.
내가 하면 이거 보다 잘 하겠다.
그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왜 시작도 못하냐?
다른 무슨 변명이 있겠는가. 게으름에 무슨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먼저 앞에 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만 했을 뿐 나는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만 호기심으로 읽어봤지 자극을 받거나 동기부여를 갖지 못한 나의 게으름이 문제다. 특별한 기술과 능력을 요구하는 일도 아닌 일상에서 조금 씩 준비하는 꾸준함과 절실함의 부족이다. 보통의 월급쟁이들의 상황, 사호에서 내 위치와 나이를 고려해 봐도 내가 그들과 같이 못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부러워만 하고 앉아만 있으면 진정한 '루저'이다.
아직도 앞서 실천에 옮기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 부러운 기분이 드는 걸 내 스스로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부러우면' 뭐라도 시작 하자는 거다. 앉아서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것도 이제 지겨울 때가 되지 않았는가. '부러움'을 떨치기 위해 다시 또 그들의 이야기를 교훈 삼아 보려고 책을 사서 읽고,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위해 일단 '쓰기' 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