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에세이 ①
일을 하다가 문득 '아, 이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고객의 기대가 클수록 디자이너의 부담도 커진다. 일을 마쳐야 하는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진척은 더디다. 서서히 가슴이 옥죄어 온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괜한 일로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 그렇다. 그때가 바로 쉬어야 할 때다.
잠깐 나가서 걷고 오거나 이미 늦은 시간이라면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한다. 시간에 쫓겨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건 이제 그만두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출근한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면서 다시 할 일을 펼쳐 본다. 간단히 이리저리 작업 방향을 잡다 보면 어느새 '아, 이거 이렇게 하면 되겠는데? 그것도 제법 그럴싸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 어제와 다른 내가 되었다.
* 타이포그래피 에세이는 직접 만든 글자체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짧게 씁니다. 글자체는 한글일 수도 한자일 수도 로마자 일 수도 있습니다. 서채홍 디자이너가 직접 그려서 만든 어디에도 없는 글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