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귀여울 예정
남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남편을 통해 나의 모났던 부분이 많이 깎여 나가고 있는 듯하다.
남편은 둥글둥글한 편이다. 다행히 몸은 둥글둥글하진 않지만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짙은 눈썹과 쌍꺼풀 없이 제법 크고, 예쁜 눈매는 내가 참 좋아하는 부위 중 하나다. 까만 눈동자는 자주 반짝반짝 빛난다. 오빠의 순수함이 눈동자에도 나타나곤 한다.
참 순수한 사람이다. 순수하다는 것이 바보같이 순수한 것이 아니라, 어느 사람을 대하든 진실하고 선한 모습들, 기쁜 일엔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엔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모습들, 겉과 속이 제법 일치하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와 은근한 자기애는 또 엄청난 매력이다.
남편을 만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문득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하나님께서 배우자 기도는 정말 확실하게 들어주셨구나. 너무나도 감사하다.
나는 남편의 껌딱지다. 남편이 퇴근하면 고목나무 매미 붙듯 달라붙어있다. 애정결핍 인가 생각했는데, 그냥 좋아서 그렇다. 털이 많아서 복슬복슬 한데 그마저도 귀엽다. 서른이 훨씬 넘은 성인 남자가 귀여울 일인가. 그런데, 세상 무엇보다 가장 귀엽다. 콩깍지일지도 모르지만, 사랑할수록 남편의 귀여운 부분들이 커져만 가는 걸 어쩌나. 이대로 쭈욱 귀여워할 예정이다.
어느 날이었다.
"오빠 우리 집에도 커피향이 나면 좋겠어"
그날 이후, 남편은 커피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홈바리스타가 되었다. 하나 관심이 생기면 제법 파고드는 스타일이어서, 원두, 커피 도구, 내리는 법, 내리는 방법 등을 아주 빠삭하게 공부했다. 남편의 커피 입문은 나의 말 한마디였다. 너무 감동적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남편 너무 멋져! 스윗해! 주말 우리 집은 은은한 커피향이 난다. 따뜻하게 데워진 예쁜 잔에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우리의 커피타임은 참 여유롭고 행복하다. 마주 앉아 제법 커피를 평가한다.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날엔 행복지수는 더 올라간다.
남편은 나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 어쩌면 한 번씩 토라질 때도 있지만, 전적으로 내 잘못일 때가 대부분이다. 남편이 화를 내면 툭하면 찔찔 우는 내가 상처받을까 봐 참는다고 했다. 뭘 하든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원래 스파크도 양쪽이 맞아야 확 튀는 법, 오빠의 미안하다는 토닥임에 어느샌가 나의 화는 사그라들고 나 또한 미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우리의 투닥거림은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상처받을까봐 화내지 않는다는 말이 참 미안했다. 항상 급발진하는 나는, 내 속상함 때문에 남편에게 화살을 푝푝 꽂았는데... 참 어리석었다.
앞으로도 따뜻함이 넘치고 서로 배려하는 예쁜 우리 부부가 되길 바란다.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모든 곳이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쌓이길! 남편과 함께라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