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이들은 쓰레기차 장난감을 좋아한단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형 차인 탓이다. 반면 우리 애들은 트랙터에 빠졌다. 도로 여기저기 수시로 보이는 거대한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애들을 부추겨 몇 발자국 내딛을라치면 또다시 “트랙터다!” 소리치는 탓에 멈추기를 수어 번.
그만큼 스위스 생활에서 트랙터는 친숙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여전히 볼 때마다 애들 행복지수를 급상승 시키는 대단한 녀석이다. 그런 트랙터가 집 앞에 떡하니 나타날 때면 그날은 그야말로 축제가 따로 없다.
몇 주 전부터 첫째 아이 루이가 숲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을 온전히 숲속에서 보내며 바비큐도 해먹고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활동인데, 첫날은 학부모 참여가 가능하다기에 남편이 따라 나섰다.
몇 시간 뒤 폭우에 젖은 생쥐 꼴로 귀가한 두 남자가 동시에 떠들어대기 바쁘다. 루이 말을 찬찬히 들어보니 한 아이의 아빠가 트랙터를 몰고 아이를 데리러 왔단다.
남편은 이제 제법 스위스 사람처럼 이곳 생활에 잘 녹아들었다고 자신해왔지만 이 날 오전의 광경은 여전히 놀랍더랬다. (종종 헉하고 놀래는 스위스의 면면들이 있다.)
반차 낸 회사로 돌아갈 준비로 정장을 입으며 “참 재밌는 마을이야”라던 그.
반면, 예상 가능하듯 루이의 반응은 굉장했다.
마치 슈퍼 히어로를 아빠로 둔 친구를 지켜본 마음이 이러할까 싶을정도로.
그리고 나는 덕분에 본격적으로 혼자 가야 하는 두 번째 수업에 데려가기 좋은 이유가 생겨 기쁠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