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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kparis Sep 17. 2018

해적선 타고 보물찾기

스위스 어린이 생일파티

소방관이 주제였던 생일 파티.


아이가 커 갈수록 생일 파티에 초대받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간혹 초대장에는 확고한 생일 파티 콘셉트와 그에 걸맞은 드레스 코드가 정해져있기도 한데, 대게 히어로 복장이나 경찰관, 소방관 같은 경우다. 그리고 지난주 초대된 생일파티에서 우리 아이들은 해적선을 타고 보물 찾기 여행을 떠났다.


해적선 타고 보물찾기.
탑승 전 보물 찾기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
부모님과 잠시만 작별 인사.
해적들의 상징 중 하나, 빨간 두건을 직접 만드는 중.
꼬마 후크 선장도 함께 탑승.


친구가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을 위해 배 한 척을 빌렸다.

속내는 각종 게임 준비 및 집 청소가 귀찮아 택한 선택이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확실한 콘셉트에 스위스 퀄리티 및 스케일이 더해져 완벽했던 생일 파티.





우리 동네 호수 위를 떠다니다 건너편 숲에 정박해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두 시간 여정. 시원한 바람 맞으며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생일 주인공이 된 듯 몹시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선장이 된 루이.



아이들 모두에게 배를 직접 운전하는 선장이 될 기회가 주어졌다. 알고 보니 개개인의 사진을 부착한 해적 증명서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가히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였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경치도 즐기는 사이, 보물을 찾기 위한 첫 번째 목표물인 유람선을 찾아내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선장은 배 경적을 울려대고, 아이들은 다 함께 탑승 전 배운 노래와 구호들을 외치며 더욱더 흥에 겨웠다.




유람선으로부터 보물 지도 획득에 성공했다.

이제 보물 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을 일만 남았다.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는 아이들.




보물이 숨겨진 숲에 도착했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보물 찾기 시작.





숲속 곳곳에 금화가 숨겨져 있었다.

아이들은 제각기 달려가며 금화를 찾는 족족 환호성을 내질렀다. 여기저기서 기쁨에 찬 목소리들이 숲속을 가득 채울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문득, 어린 시절 소풍에서 보물 찾기 하던 기억이 떠올라 내 걸음마저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보물 상자가 숨겨진 곳에 다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발견한 보물 상자.

가득한 금화 사이로 아이들의 진짜 보물이 채워져있다.

각종 젤리, 캐러멜 및 사탕들이 아이들의 진짜 보물인 셈이다.





보물 상자를 함께 들고 배로 돌아가는 길.

군것질거리들을 한 아름 채워 넣은 입을 연신 오물거리며 돌아서는 발걸음에 행복이 묻어난다.





돌아갈 시간. 또다시 직접 운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 보다 더 제법 그럴싸한 폼이 나온다.





두 시간의 여정이 끝이 났다. 저마다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른 채 양손 가득히 보물들을 꼭 쥐고 기다리고 있던 엄마 품으로 달려가 안기는 아이들. 두 시간 동안 벌어진 모험을 얘기하랴, 사탕 먹으랴 입들이 바쁘다. 행복해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기쁜 동시에 불현듯 걱정이 앞선다. 다음 달 우리 루이 생일엔 무엇을 기획해야 하나, 아차싶다.


스위스에선 보통 아이가 새롭게 맞이할 나이의 숫자에 맞춰 친구들을 초대한다. 루이는 4살을 맞이하니 4명의 친구들만 초대하면 되는 거다. 물론 더 많이 혹은 더 적은 인원을 초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중요한 건 초대할 친구들은 전적으로 아이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처음으로 파티를 열고 싶다는 아이에게 크고 화려한 파티를 떠나 여느 때보다 행복한 날로 만들어주고 싶은 건 여느 부모처럼 나 또한 마찬가지다.

공룡을 좋아하니까 쥐라기 월드에 데려가고 싶다, 한국의 키즈 카페로 순간 이동해서 다녀오고 싶다 등등 터무니없는 상상들의 향연 속에서 문득 낳은 건 나인데 내가 축하받아야 할 날 아닌가? 싶어 울컥하는 밤. 오늘도 뚜렷한 아이디어 없이 내일로 미루는 밤이다. 그 속에서도 분명한 건 생일날 나도, 아이도 여느 날보다 조금 더 많이 행복할 거라는 믿음만 가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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