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마무니아 호텔(La Mamounia)
모로코 마라케시 여행을 결정하기도 전에 호텔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모든 여행의 첫인상은 호텔에서 시작된다는 우리 부부의 주관에 따라 선택한 호텔 라 마무니아(La Mamounia).
마라케시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라 마무니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주인공들의 아부다비 여행이 사실은 라 마무니아 호텔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 윈스턴 처칠과 입생로랑을 비롯한 셀럽들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호텔이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간 나와 달리, 어릴 적 부모님과 다녀왔던 남편은 광활한 정원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며 잔뜩 신이 났다.
라 마무니아 호텔의 보편적 이미지 중 하나인 전통 의상을 입은 문지기들을 마주하자마자 모로코에 왔다는 실감이 비로소 들었다. 며칠 동안 오며 가며 계속 볼 사이라지만 볼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관광객 마음을 꾹꾹 누르며 마지막 날에서야 못 이기듯 기념 촬영을 했다.
그들이 열어주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퍼지는 호텔 특유의 향은 지금까지도 내 코끝을 맴도는 듯 선명하다. 후각에 다른 모든 감각들이 녹아내린 듯 호텔 곳곳에 가득 찬 향기의 잔향이 뇌리 속에 박힌 것 같다.
비행의 노곤함을 모두 내려놓을 차례.
눈 덮인 아틀라스 산과 야자수 및 각종 식물이 가득한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주니어 스위트룸을 배정받았다.
아이들이 동행하는 여행은 몇 배로 힘든 법. 남편과 둘이 다니던 시절에야 도착하기 무섭게 짐 내려두고 밖으로 구경 나섰을 테지만 이젠 그럴 처지가 못된다. 여행에서 호텔이 중요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아이들이다.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찌나 많은지. 도착한 첫날도 꼼짝없이 호텔에만 머물렀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호텔에서 운영하는 모로코 전통 레스토랑 Le Marocain에 가기로 했다.
입장하자마자 모로코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반겨주는 악사들과 눈 맞춤하는 동시에 온갖 기대가 차오른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풍경 속에 실제 한다는 사실에 또 벅차오른다. 첫날이라 들떴으려니 했던 마음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훅하고 헉하는 풍경과 순간들이 선사하는 들뜸으로 나를 온전히 사로잡았다.
특히 첫날밤을 잊을 수가 없다.
새벽에 언뜻 깼다가 들리는 무엣진(Muezzin : 기도 시간을 알리는 사람) 소리에 아, 진짜 내가 모로코에 왔구나 싶던 순간.
호텔 조식은 수영장 옆에서 이뤄진다.
맑고 화창한 하늘에 선선한 날씨. 3월의 마라케시 여행을 선택한 이유다.
조식 후 이어진 정원 산책에서 만난 당나귀.
이때만 해도 그저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어딜 가나 당나귀들 천지다. 여전히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과 오토바이, 보행자가 함께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수크(Souk : 전통시장)의 진풍경은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못다한 호텔구경도 이어졌다.
사진들을 구경하며 탄성을 자아내던 곳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들을 뛰어넘는 방방뜀이 절로 나오더라.
잊지 않고 스파도 즐겼다.
아무도 없는 넓은 스파에서 혼자 유유자적하는 진정한 휴가.
라 마무니아 호텔 덕분에 여행의 시작이 더더욱 설렐 수 있었다. 이다음으로 머문, 자연친화적인 전혀 다른 스타일의 호텔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즐거운 기억만 선사해 준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