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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kparis Dec 23. 2018

호텔이 가장 중요한 가족의 여행

라 마무니아 호텔(La Mamounia)


모로코 마라케시 여행을 결정하기도 전에 호텔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모든 여행의 첫인상은 호텔에서 시작된다는 우리 부부의 주관에 따라 선택한 호텔 라 마무니아(La Mamounia).



마라케시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라 마무니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주인공들의 아부다비 여행이 사실은 라 마무니아 호텔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 윈스턴 처칠과 입생로랑을 비롯한 셀럽들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호텔이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간 나와 달리, 어릴 적 부모님과 다녀왔던 남편은 광활한 정원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며 잔뜩 신이 났다.



라 마무니아 호텔의 보편적 이미지 중 하나인 전통 의상을 입은 문지기들을 마주하자마자 모로코에 왔다는 실감이 비로소 들었다. 며칠 동안 오며 가며 계속 볼 사이라지만 볼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관광객 마음을 꾹꾹 누르며 마지막 날에서야 못 이기듯 기념 촬영을 했다.


그들이 열어주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퍼지는 호텔 특유의 향은 지금까지도 내 코끝을 맴도는 듯 선명하다. 후각에 다른 모든 감각들이 녹아내린 듯 호텔 곳곳에 가득 찬 향기의 잔향이 뇌리 속에 박힌 것 같다.



비행의 노곤함을 모두 내려놓을 차례.

눈 덮인 아틀라스 산과 야자수 및 각종 식물이 가득한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주니어 스위트룸을 배정받았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불을 밝히는 외부.
호텔 내 레스토랑 Le Marocain 입구


아이들이 동행하는 여행은 몇 배로 힘든 법. 남편과 둘이 다니던 시절에야 도착하기 무섭게 짐 내려두고 밖으로 구경 나섰을 테지만 이젠 그럴 처지가 못된다. 여행에서 호텔이 중요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아이들이다.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찌나 많은지. 도착한 첫날도 꼼짝없이 호텔에만 머물렀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호텔에서 운영하는 모로코 전통 레스토랑 Le Marocain에 가기로 했다.


개별 룸 안에서 이뤄지는 식사.
식사 도중 찾아온 악사들의 연주.
중독적인 맛의 모로코 전통 빵.


입장하자마자 모로코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반겨주는 악사들과 눈 맞춤하는 동시에 온갖 기대가 차오른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풍경 속에 실제 한다는 사실에 또 벅차오른다. 첫날이라 들떴으려니 했던 마음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훅하고 헉하는 풍경과 순간들이 선사하는 들뜸으로 나를 온전히 사로잡았다.




특히 첫날밤을 잊을 수가 없다.
새벽에 언뜻 깼다가 들리는 무엣진(Muezzin : 기도 시간을 알리는 사람) 소리에 아, 진짜 내가 모로코에 왔구나 싶던 순간.



정원을 모두 돌아보다 보면 오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성벽에 둘러싸인 듯한 호텔과 정원.
이국적 느낌 가득 품은 선인장들.



호텔 조식은 수영장 옆에서 이뤄진다.

맑고 화창한 하늘에 선선한 날씨. 3월의 마라케시 여행을 선택한 이유다.




조식 후 이어진 정원 산책에서 만난 당나귀.

이때만 해도 그저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어딜 가나 당나귀들 천지다. 여전히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과 오토바이, 보행자가 함께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수크(Souk : 전통시장)의 진풍경은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투숙객들에게만 오픈하는 공간.


못다한 호텔구경도 이어졌다.

사진들을 구경하며 탄성을 자아내던 곳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들을 뛰어넘는 방방뜀이 절로 나오더라.





잊지 않고 스파도 즐겼다.

아무도 없는 넓은 스파에서 혼자 유유자적하는 진정한 휴가.



샴페인으로 마무리 한 마지막 밤.


라 마무니아 호텔 덕분에 여행의 시작이 더더욱 설렐 수 있었다. 이다음으로 머문, 자연친화적인 전혀 다른 스타일의 호텔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즐거운 기억만 선사해 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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