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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Dec 27. 2018

뒤늦게 인사이드아웃

뒤늦게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았다.

인간의 심리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나리오 집필에 관여했음이 틀림없다.


달나라행 로켓을 잃고 실의에 빠진 빙봉을 조이는 위로하려 한다. 밝고 긍정적인 말로. 그 말은 빙봉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혹시나 조이의 희망에 찬 말을 듣고 빙봉의 마음이 풀어지까 봐 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제발 그런 스토리로 전개되지 않기를 바라며...


빙봉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준 건 '슬픔이'였다. '슬픔이'야말로 진정한 공감, 진정한 위로를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빙봉과 조이가 달나라행 로켓을 타고 탈출하려는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운 어른이 많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랬다. 그들도 나와 같은 지점에서 눈물이 나왔나 궁금했는데, 영화 후기를 보니 역시 그랬다.


몇 해 전 무더운 한여름에 제주로 내려와 잠시 여행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 한 명이 '슬픔이' 인형을 가지고 다녔다. 그 '슬픔이'를 세워 놓고는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


나도 '슬픔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내 안에 슬픔이 있더라도, 그래서 가끔은 밑바닥까지 내려가 무기력하게 머무는 시간이 있더라도,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


슬픔,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내 안의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예민함을 모두 껴안기. 타인에게서 그것을 발견하더라도 나를 껴안듯 그들도 껴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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