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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Mar 03. 2023

티베트의 린포체와 제주

제주의 절에 오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티베트 출신의 린포체는 말씀하셨다.

1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한국 방문이 벌써 14번째인데 제주는 처음 방문했다고...


나는 그분을 보니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근거는 없고 이유도 모른다. 그만큼 친근하고 편안했다. 그분도 우리나라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게 생겼으니 미국보단 한국이 더 고향 같지 않을까 싶었다.


1일 명상 프로그램에 참석하러 가면서 오늘 하루는 웬만하면 뭘 판단하지 말고 그냥 바라만 보자 마음먹었는데, 시간과 공간의 힘 덕분인지 그 결심이 잘 실천되었다.


설법 중에 나오는 밀라레파와 마르파, 익숙한 듯 가물가물한 티베트 불교 이야기.

아, 맞다 나 다른 린포체의 책을 번역한 적 있었지...


다음날 그 책을 펴 보았다. 법문 때 이야기하신 티베트 음식 '참파'도 그 책에 나와 있네.

지금은 건조하디 건조한 글만 나오는 것 같은데 나 그땐 아름답게 번역하려고 많이 애썼네. 어설픈 번역으로 욕먹지 않을까 두려워했는데, 이제 보니 그 어려운 내용을 아름답게 살리려 노력 많이 했네. 지금 하라면 그만큼 못할 것 같네...


10여 년 전 그 책을 번역하며 가슴과 목과 어깨가 굳었는데, 다른 린포체의 법문을 듣고 1일 명상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되네.


오래전 다친 왼발목 반대쪽을 얼마 전에 다쳤는데 마지막 남은 탁기를 모두 뽑아낼 기회라도 주어진 것일까. 결자해지 같기도, 수미쌍관 같기도.


이 무렵 눈 쌓인 한라산이 히말라야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하며 그동안의 기나긴 시간을 정리해 본다.

판단 없이 관찰하며 하루하루 보내기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그 속에서 알아차리기


이 마음을 어디엔가는 기록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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